“그들은 진정 죄를 지었습니다. 제 몸에서 일어난 일이 다 증거인데, 그 증거조차 인정하지 못하는 사법부나 가해 기업, 그리고 정부를 받아들일 수 없고 용서할 수 없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조순미 씨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연루된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의 전직 임원을 포함한 13명이 12일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자, 피해자 조순미씨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원통해했다. 옥시레킷벤키저(옥시)와 애경산업 제품을 사용해, 폐 손상과 천식을 앓게 됐다는 조씨는 2017년부터 하루 24시간 산소호흡기를 찬 채로 생활해 오고 있다.
법원은 이날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홍지호 SK케미칼 전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된 '가습기메이트'의 원료 클로로메칠이소치아졸리논(CMIT)ㆍ메칠이소치아졸리논(MIT)과 폐질환 발생 및 악화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게 무죄의 이유였다.
휠체어를 타고 재판을 방청한 조씨는 선고 직후 “어떻게 이런 판결이 나올 수 있느냐. 해당 제품을 쓰고 사망하거나 지금까지 투병 중인 피해자는 과연 무슨 제품을 어떻게 썼다는 것이냐"라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는 “이제 와서 옥시는 잘못이고 성분이 다른 애경과 SK는 무죄라니 말이 되느냐”며 “절대로 여기에서 주저앉지 않겠다”고 말했다.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로 장모와 아내를 모두 잃었다는 피해자 유족 송기진씨도 “지금껏 정부가 피해를 인정한 건 모두 가식이었냐”고 반문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송씨는 “정부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를 4,000명이나 인정했는데 어떻게 무죄가 나오냐”면서 허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참여연대 소속의 장동엽 가습기살균제참사 전국네트워크 간사는 "CMIT·MIT의 유해성은 이미 학계에 보고돼 있고, 근거도 충분히 있다"며 "어떻게 아무 죄가 없다는 판단을 했는지 사법부에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 제품과 관련해 이런 참사가 또 일어나면 이런 판결이 또 나올 수 있다는 것이냐“며 ”가해 기업들은 분명히 들어라. 1심 판결이 끝이 아니라, 2심과 대법원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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