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페이스북 등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의사 채용을 늘리고 있다. 단순 건강관련 서비스뿐만 아니라 의사와 병원 등을 상대로 본격 의료 서비스를 하기 위한 포석이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와 네이버 등이 최근 의사를 채용해 헬스케어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13일 IT업계에 따르면 구글과 페이스북은 최근 구인구직 사이트 등에 의사 채용 공고를 올려 의사, 약사 등 전문 인력을 수백 명씩 뽑고 있다. 공고를 보면 의사나 다년간의 의료 보건 분야 연구 경력을 지닌 사람들을 최소 10만 달러(약 1억1,000만원) 이상 연봉을 주고 채용한다.
구글은 미국 본사에만 있는 구글 헬스 조직에서 의사와 약사들을 뽑는다. 의사들이 병원에서 필요한 것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암 진단 시스템과 각종 의료 서비스 등을 개발한다. 조직을 이끄는 카렌 데살보 최고보건책임자(CHO)도 의사 출신이며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때 보건부 차관보를 지낸 의료 전문가다.
특히 구글 헬스는 전자의료기록(EMR) 개발에 의사들을 투입하고 있다. EMR은 의사들이 작성하는 진료 기록부를 전자문서로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병원마다 다른 EMR을 사용해 의료 데이터가 호환되지 않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처럼 전염병이 급속 확대되면 신속한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
구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통일된 방식의 EMR 서비스를 개발해 보급하는 방안을 준비중이다. 서비스 개발을 맡은 프로덕트 매니저는 내과 전문의 출신의 앨빈 라코마르 박사다. 라코마르 박사는 “의사와 약사, 간호사들이 원하는 의료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는 편한 도구를 개발 중”이라며 “아직은 시험 단계이지만 완성되면 의사들의 업무를 덜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글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클라우드로 연결돼 의사들이 언제 어디서나 환자의 체온, 심장박동, 혈액 내 산소포화도 등 생체 정보부터 여러 병원의 진료 기록과 투약 정보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또 각종 검사 결과, 의사들이 손으로 작성한 과거 기록과 메모 등도 첨부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병원을 찾는 미국인들의 다양한 건강 관련 데이터를 이 시스템을 통해 확보할 수 있다. 구글은 아예 미국의사협회(AMA)와 손잡고 의료 데이터 확보에 나섰다.
페이스북은 미국 본사의 헬스 이노베이션랩에서 의사들을 뽑고 있다. 이 조직은 디지털을 이용한 건강 관리, 의료 서비스 개선을 위한 개발과 연구를 진행한다. 뿐만 아니라 관련 규제 대응팀을 두고 있으며 여기에도 의사들이 참여한다. 페이스북은 아직까지 개발 중인 의료 서비스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페이스북코리아 관계자는 “한국에 관련 조직이 없고 의사 채용도 본사의 담당 조직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내용을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네이버 등이 의사들을 뽑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헬스팀에서 미국 출신 의사를 부장 직급으로 채용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건강 관련 각종 기기와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 의사들을 뽑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말 로봇수술 전문가인 연세대 세브란스의료원의 나군호 박사를 헬스케어 연구소장으로 영입(한국일보 2020년 12월16일 보도)했다. 네이버는 나 박사가 이끄는 조직을 통해 해외에서 우선 스마트 의료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스마트 헬스케어 서비스를 개발 중인 위의석 세나클 대표는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은 이용자와 의사들을 겨냥한 서비스 확대를 위해 의사 채용을 더 늘릴 것”이라며 “코로나19 이후 문 닫은 개인병원들이 늘면서 IT기업과 일하는 것에 관심 있는 의사들도 많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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