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원내 지도부 하원 탄핵 의결 용인 분위기
매코널 "트럼프 탄핵 받을 만한 잘못" 언급도 보도
美 군부도?의회 폭력사태 "선동과 반란 행위" 비판
미국 공화당이 탄핵 위기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손절’하는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소추안에 적시된 ‘내란 선동’ 혐의 등을 전면 부인하며 역공을 펼쳤지만 공화당은 등을 돌리는 분위기다. 20일 퇴임 후에도 공화당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트럼프 대통령과 당 지도부 간 힘겨루기가 시작된 셈이다.
하원 탄핵 표결을 하루 앞둔 1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텍사스주(州) 알라모 미국ㆍ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현장을 찾았다. 6일 트럼프 대통령 지지 시위대의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 후 첫 공식 행사다. 그는 현장 연설에서 “표현의 자유가 전례 없이 공격 받고 있다”며 “수정헌법 25조는 나에게 아무런 위험이 되지 않고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 바이든 행정부를 괴롭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정헌법 25조에는 대통령이 직을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될 경우 내각 결정에 따라 부통령이 직무를 대행할 수 있는 근거가 명시돼 있다. 미국 민주당은 의사당 난입 사태 이후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정헌법 25조를 적용해야 한다며 11일 결의안을 제출했고 12일 밤 찬성 223표, 반대 205표로 통과시켰다. 다만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에 앞서 수정헌법 적용 거부 입장을 밝힌 상태다. 결의안이라 구속력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탄핵 사기는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크고, 사악한 마녀사냥의 연속”이라며 “엄청난 분노, 분열, 고통을 야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폭력이나 폭동이 아니라 법의 지배를 믿는다”며 의사당 난입 시위대를 ‘폭도’로 지칭하기도 했다. 재임 기간 최대 치적으로 내세우는 국경장벽 건설 현장을 찾아 자신은 문제가 없다는 항변을 공개적으로 한 셈이다.
그러나 공화당 상황은 심상치 않다. 13일 민주당 주도 하원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는 지도부가 속출하면서다. 공화당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부통령이었던 딕 체니의 딸 리즈 체니 하원의원은 “이보다 더 큰 미국 대통령직과 헌법에 대한 반역은 없었다”며 탄핵안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공화당 하원의원 서열 3위인 의원총회 의장이다.
공화당 하원의원들을 이끄는 케빈 매카시 원내대표는 탄핵 반대 표결 당론을 공식화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탄핵안 통과를 용인했다. 미 CNN은 공화당 하원의원 211명 중 20명 이상이 탄핵 표결에서 찬성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널 의원의 변심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매코널 대표가 측근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난입 사태와 관련해 탄핵 당할 만한 불법을 저질렀다고 믿고, 민주당이 그를 탄핵하려는 것이 기쁘다”라고 털어놓았다고 보도했다. 의회 내 트럼프 대통령 최대 우군인 매코널 원내대표의 ‘트럼프 거리두기’인 셈이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탄핵안 상원 최종 통과에는 반대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방식이 상원선거 패배를 이끄는 등 공화당 자산을 갉아먹는다고 본다. NYT는 “공화당이 트럼프를 버려야 할지, 계속 일을 하게 해야 할지를 두고 ‘난처한 불확실성’만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미 군부도 의회 폭력사태를 “선동과 반란 행위”로 규정해 트럼프 대통령을 간접 비판했다. CNN 등에 따르면 마크 밀리 의장이 이끄는 합동참모본부는 미군에 보낸 ‘각서’(memorandum) 형식의 이례적 서한에서 “헌법 절차를 방해하려는 어떤 행위도 우리 전통과 가치, 맹세에 어긋날 뿐 아니라 법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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