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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 가치냐, 안전 우선이냐'...논쟁 부른 美 뉴욕 명물 '베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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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 가치냐, 안전 우선이냐'...논쟁 부른 美 뉴욕 명물 '베슬'

입력
2021.01.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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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m 높이서 극단적 선택 잇따라 잠정 폐쇄
'난간 더 높이라'는 지역 사회 요구에 운영사 난색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같은 이유로 철망 설치 중

2019년 3월 15일 개장한 미국 뉴욕 맨해튼의 대형 공공 구조물 ‘베슬’.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2019년 3월 15일 개장한 미국 뉴욕 맨해튼의 대형 공공 구조물 ‘베슬’.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뉴욕 맨해튼의 신흥 명물 '베슬(vessel·혈관 또는 물관)'이 개장 1년 10개월 만에 잠정 폐쇄됐다.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주요 관광 명소를 폐쇄하고 있지만 베슬의 폐장 이유는 코로나19가 아니다. 최근 1년 사이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고가 3건이나 발생해 운영 중단 결정이 내려졌다.

베슬 운영사인 '허드슨야드 개발사업' 관계사들은 추가적인 안전 조치를 위해 베슬의 무기한 폐쇄 계획을 밝혔다.


지역사회, "가슴 높이 난간, 인명 손실 가능성 무시한 조처"

미국 뉴욕 맨해튼의 공공 구조물 베슬 상단부에서 바라본 맨해튼 풍경. 베슬에서 사고가 끊이지 않자 지역사회에서는 각 층의 난관 높이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공공 구조물 베슬 상단부에서 바라본 맨해튼 풍경. 베슬에서 사고가 끊이지 않자 지역사회에서는 각 층의 난관 높이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베슬에서 세 번째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한 이튿날인 이날 베슬의 방문객 출입이 금지됐다"고 전했다.

2019년 3월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에 개장한 베슬은 약 45m 높이의 벌집 모양 전망대다. 계단 2,500개를 연결해 전망 공간 80개를 만들어 낸 구조로, 영국 건축가인 토머스 헤더윅이 설계했다. 어느 지점에서든 뉴욕과 허드슨강 전경을 볼 수 있어 개장 직후부터 뉴욕의 새로운 관광 명소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방문객의 발길이 끊어지고 잦은 사고 발생 문제까지 불거지자 베슬의 명성이 퇴색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해 2월 뉴저지 출신 19세 남성, 지난달 24세 브루클린 여성에 이어 11일에는 텍사스주(州) 샌안토니오 출신 21세 남성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지난해 2월 첫 사고 발생 직후 지역 주민위원회는 추락 방지용 난간 높이를 높여줄 것을 요청했지만 베슬 운영사는 건축물에 변화를 주는 대신 안전 요원 수를 늘리는 방법을 택했다.

주민위원회는 "안타까운 인명 손실을 막는 안전 장치라고 해 봐야 고작 성인 가슴 높이 정도의 난간이 전부"라며 "세번째 사고까지 발생한 만큼 예술적 가치가 안전보다 우선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베슬의 안전에 대한 우려 목소리는 사고 이전에도 있었다.

오드리 왁스 전 '건축가 신문' 부편집장은 2016년 베슬 설계를 두고 "헤더윅은 도시의 다리나 상징적 고층 건물에서 충분한 교훈을 얻지 못한 것 같다"며 "베슬의 난간은 성인 허리 정도여서 높이 쌓으면 사람들이 뛰어 내릴지 모른다"고 칼럼을 통해 지적했다. 안전 난간의 높이와 방문객의 시야 확보 사이의 절충점을 문제삼았던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금문교에 투신 방지 철망... 고층 구조물의 숙명

미국 뉴욕 맨해튼의 공공 구조물 베슬 상단부에서 바라본 내부 모습.

미국 뉴욕 맨해튼의 공공 구조물 베슬 상단부에서 바라본 내부 모습.

사실 극단적 선택 발생에 대한 우려는 모든 고층 구조물이 안고 있는 숙명적 고민거리다.

미국 자살 예방단체 SAVE의 대니엘 레이든버그 박사는 "몸을 던지는 것은 전체 극단적 선택의 2~3%에 불과하지만 고층 건축물이 사람들의 눈을 이끄는 힘 때문에 마음의 고통이 큰 이들을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이들은 누군가가 자신의 극단적 선택을 막아줄 것으로 기대해 이 같은 장소를 찾는다"고 강조했다.

뉴욕의 경우 베슬보다 먼저 상징물로 자리매김한 록펠러 센터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등도 같은 위험을 안고 있는 장소로 꼽히면서 안전 장치 설치 등 대책을 강화해 왔다. 12층 높이에 발코니가 있는 뉴욕대 밥스트 도서관은 2010년대 비슷한 사고가 잇따르자 2m 이상 높이의 폴리카보네이트 난간을 설치했다.

이와 관련된 가장 잘 알려진 논쟁은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에서 발생했다. 오랜 논란 끝에 금문교에는 2017년부터 뛰어내리는 것을 막기 위한 철망이 설치되고 있다. 2억 1,100만달러(약 2,300억원) 규모 사업으로 2025년 완공 예정이다.

미 부동산매체 리얼딜은 "일부에서는 이 사업으로 극단적 선택이 줄지 아니면 관련 사고가 다른 곳에서 더 발생하게 될지 의문을 제기하면서 이 역사적인 다리의 외관을 해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촌평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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