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수도 녹아든 고인 물은 '응축수'
원전 외부 유출이라 볼 수 없어?
바나나·멸치와 원전 발생 삼중수소는 같은 물질?
"자연산과 양식 구분하는 건 무의미"
경주 월성원전 부지내 고농도 삼중수소 검출 논란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연일 시끄럽다. 핵심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검출된 상황이 정상적인지와 △오염수 유출에 대한 판단 △검출된 삼중수소의 위험성 여부다. 이번 삼중수소는 ‘고인 물’에서 검출됐다. 때문에 원전 전문가들은 이를 ‘응축수’로 파악하고 있다. 응축수는 공기 중 수증기가 결빙돼 지면에 생기는 물을 말한다. 검출 장소에 고인 물이 발생한 건 정상적인 상황으론 볼 순 없다. 하지만 원전 배수관로 균열 등에 따른 유출로 단정할 순 없고, 검출된 삼중수소 농도 또한 인체에 위험할 정도의 고농도로 확정짓기도 어렵다.
삼중수소 검출된 '고인 물', 한 차례 발견에 그쳐
13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지난 2019년 4월 월성 3호기 터빈 건물 내 지하수 배수관로가 연결된 맨홀 안의 고여 있는 물(2톤)에서 리터(ℓ) 당 71만3,000베크럴(㏃)의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삼중수소가 검출된 배수관로는 발전소의 가장 낮은 지하에 위치, 부지 내로 유입되는 빗물과 지하수 등을 모으는 역할을 한다. 평소대로라면 이 물은 폐기물 처리 후 발생한 냉각해수(해수를 0℃부근까지 냉각한 것)와 합쳐져 배수구를 통해 관리기준치(4만㏃) 이하인 ℓ당 13.2㏃로 배출된다.
그런데 이번에는 유입된 지하수 일부가 배수관로들이 꺾이는 부분인 맨홀에 갇히고 여기에 삼중수소가 녹아 든 공기 중 수분이 응축, 합쳐지면서 농도가 높은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배수관로에서 고인 물이 발견된 건 정상적인 배출 과정으론 볼 수 없다”며 “하지만 이는 1회성 사례에 그쳤고 발견 즉시 폐기물로 회수돼 안전하게 처리됐다”고 설명했다.
오염수가 원전 밖으로 유출된 것이라는 환경단체들의 주장에 대해선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우선 첫 보고됐던 2019년 4월 이후 이런 사례가 재발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삼중수소가 검출된 지점은 원전 부지 내부다. 원전 부지 외부로 배출되기 위해선 반드시 지하수와 합쳐져 희석되는 과정을 거친다. 검출된 ℓ당 71만3,000㏃ 수준의 삼중수소가 그대로 외부에 유출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실제 원전 주변 지하수의 삼중수소 농도를 측정한 결과를 보면 ℓ당 4.80㏃ 수준이다.
검출된 삼중수소는 '미량'
ℓ당 71만3,000㏃ 농도를 띤 삼중수소의 인체 위험성은 크지 않다. 무게 80g의 전복 1개가 지닌 삼중수소 농도가 200만㏃ 정도다. 삼중수소는 해양 심층수를 제외하고 바닷물과 빗물, 인체 등 모든 곳에 포함돼 있다. 원전에서 배수구를 통해 배출할 수 있는 삼중수소 관리기준 수치는 ℓ당 4만㏃이다. 관리기준 수치와 비교하면 이번에 검출된 삼중수소 농도는 약 18배에 달한다. 수치 비교에선 크지만 인체에 위험하다는 의미와 직결되진 않는다. 인체의 연간 방사선 피폭선량 기준치는 1밀리시버트(m㏜)다. 이를 환산하면 연간 5,000만㏃이다. 이번에 검출된 71만3,000㏃ 농도의 오염수 약 70ℓ를 마셔야 연간 기준치에 근접할 정도로 많은 양이다. 더욱이 삼중수소는 수분에 포함된 것으로 인체에서 소변과 땀 등을 통해 끊임없이 배출된다.
바나나와 멸치, 전복 등 자연계에 존재하는 삼중수소와 원전에서 발생하는 인위적인 삼중수소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반박한다. 양쪽 모두 똑같은 원소기호를 쓰는 동일한 물질이란 설명에서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자연 발생한 삼중수소는 공기 중의 질소 등이 우주에서 날아오는 방사선을 맞아 매년 일정량 발생하고 중수로 원전에선 핵분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라며 “원소는 다를 수가 없는데 여기에 자연산과 양식은 다르다고 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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