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주 코로나19 전담 병원 상황 전하다
"코로나19 인정 않는 이들에 분노" 눈물 이유 밝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최대 피해국인 미국의 확산세가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캘리포니아주(州)의 코로나19 전담 병원 상황을 전하던 CNN방송 기자가 생방송 도중 눈물을 터뜨렸다.
기자는 울음 때문에 보도를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는 상황을 연신 사과했지만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인간적 면모를 보인 데 대해 사과할 필요가 없다"는 응원 메시지가 쏟아졌다.
12일(현지시간) 사라 시드너 CNN 기자는 캘리포니아주의 한 병원을 찾아 코로나19로 혼란을 겪고 있는 의료진과 환자, 가족을 취재했다.
시드너 기자는 전날 이 병원 주차장에서 열린 코로나19 사망자의 장례식을 비중있게 다뤘다. 어머니와 양아버지를 모두 코로나19로 잃은 한 여성은 장례식장이 부족해 병원 주차장에서 장례를 치르면서 시드너 기자에게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끝까지 예방 수칙을 지켜달라"는 당부를 전했다.
이 여성과의 인터뷰 영상이 끝난 후 보도를 마무리하려는 시드너 기자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하지만 "이 병원이 내가 방문한 열번째 병원"이라고 운을 뗀 시드너 기자는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훔쳤다. 그가 "죄송하다"며 흐느끼자 스튜디오에서 뉴스를 진행하던 앵커는 "당신의 슬픔은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집단적인 슬픔이고 트라우마다. 미안해할 필요 없다. 이 같은 훌륭한 리포팅을 준비해 준 데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위로했다.
시드너 기자는 보도 이튿날인 13일 CNN 홈페이지에 '생방송 중 눈물을 참지 못한 이유'라는 기고문을 올려 당시 상황을 해명했다.
그는 "우선 방역수칙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사람들에 대한 분노가 일었다"며 "코로나19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들과 온 가족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주차장에서 부모 장례를 치를 수밖에 없는 완전히 다른 2개의 현실이 존재하는 미국의 상황에 화가 났다"고 설명했다.
시드너 기자는 "병원 열 곳을 방문하면서 중환자실에서 고통에 몸부림치다 끝내 숨을 거두는 환자들을 봤다"면서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1년이나 됐는데도 여전히 코로나19가 처음 발병했을 때처럼 싸워야 하는 의사와 간호사의 지친 얼굴도 목격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반면 퇴근길 주유소에서는 '왜 마스크를 쓰고 있느냐'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을 만났다"고 덧붙였다.
그의 뉴스 영상은 트위터에서 회자되면서 "당신의 눈물과 분노야말로 미국이 처한 슬프고 끔찍한 현실을 직면하게 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응원 메시지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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