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여야 후보들이 부동산 민심을 잡기 위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진보ㆍ보수 후보를 막론하고 "규제 위주의 정책에는 한계가 있다"며 수십만호에 달하는 공급 대책을 쏟아낸다. 다만 방법론이 극명하게 갈린다. 여권 후보는 ‘정부가 주도하는 공급 정책’에, 야권 후보는 ‘민간 위주로 패러다임 전환’에 방점을 찍었다.
여 ‘정부중심’ 야 ‘민간중심’
야권은 각종 부동산 규제를 완화해 민간의 주택 공급을 유도하겠다고 주장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14일 규제 완화와 민간 참여를 뼈대로 한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시장이 가진 재개발ㆍ재건축 인허가권을 적극 활용해 민간 기업의 부동산 개발을 촉진한다는 구상이다.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으라는 뜻에서 ‘한시적 양도소득세 완화’ 카드도 내 놨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당 차원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대출규제 완화와 양도세 중과세 폐지를 공약했다. 법 개정 사안이라 여당 의석수가 압도적인 상황에서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아파트 가격이 현 정부 들어 급등한 이유는 잘못된 부동산 정책 때문"이라는 공격인 셈이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기본적인 부동산 공약의 큰 축은 각종 규제를 걷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규제 완화보다는 정부 주도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거스르지는 않겠다는 신중론이다. 민주당에서 유일하게 출마선언을 한 우상호 의원은 “싱가포르는 공공주택 비율이 75%, 오스트리아 빈은 40%에 달하는데 우리나라는 8% 수준”이라며 “공공임대주택 16만호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여 ‘재건축은 예외적으로’ 야 ‘강남까지 풀어야’
재건축ㆍ재개발을 둘러싼 입장 차도 뚜렷하다. 김종인 위원장은 “지난 10년간 서울시는 400여 곳의 정비 사업을 폐지해 약 25만호에 달하는 주택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했다”며 “재건축ㆍ재개발을 막는 규제를 획기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강남을 포함, 서울시 전체의 재건축ㆍ재개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안 대표는 ‘그린벨트 해제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한발짝 더 나아갔다. “실제로는 나무가 전혀 없어 그린벨트로서의 기능이 없는 곳도 있다”고 했다. 다만 서울시장의 권한은 제한적이므로,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고수하는 상황에서 야권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재건축ㆍ재개발이 획기적으로 추진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여권은 재건축ㆍ재개발이 ‘부자만 수혜를 보는 정책’이라고 반대하지만, 내부에선 고민도 읽힌다. ‘집값 상승의 꿈’을 부추기는 솔깃한 공약이라는 점, 공공주택 공급은 건설 기간을 고려할 때 최소 4~5년이 걸린다는 점에서다. 이에 우 의원은 “35층 층고(層高) 제한 완화, 낙후된 강북지역 재건축은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도 ‘공익성’을 담보한 재개발ㆍ재건축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재건축ㆍ재개발은 대단지 아파트를 공급하기 위해 효과적이지만 전세시장, 기존 주민 이주 문제, 주변 부동산 가격 상승 등과 얽혀 있다”며 “짧은 기간에 수십만개의 물량을 쏟아내기는 어렵다”고 했다.
‘강변북로 개발’ ‘80층 초고층 아파트’ 허황된 공약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정책도 다수 나오고 있다. 우 의원은 강변북로ㆍ올림픽대로 위를 덮어 공공임대주택을 짓겠다는 방안을 내 놨다.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은 "올림픽대로 등에 에코브리지를 설치해 아파트 단지 내 정원을 가져오고, 이렇게 확보한 용지에 아파트를 짓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전문가들은 안정성과 비용 측면에서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선동 전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주택 80만가구 공급을 내걸었고, 같은 당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뉴타운 사업 활성화로 5년 내 신규 주택 65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안 대표도 향후 5년간 74만6,000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김근식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강남 서초동 서울교육대학을 이전하고, 그 부지에 청년아파트를 짓겠다고 약속했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재건축ㆍ재개발은 서울시장의 의지에 따라 일부 규제 완화도 가능한 부분이지만, 강변북로 활용 등은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도시 계획까지 연결된 부분이어서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