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합의 복귀 협상 주도 위한 포석인 듯
한국 화학 운반선 ‘한국케미’호를 나포해 억류 중인 이란의 혁명수비대가 탄도미사일과 무인기가 동원된 대규모 군사 훈련을 벌였다. 미국을 겨냥한 무력 시위일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AP통신과 혁명수비대 공식 매체 세파뉴스에 따르면 혁명수비대 항공우주군은 15일(현지시간) 이란 중부의 사막에서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과 무인기 전술 훈련을 실시했다.
우선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에서 혁명수비대는 가상 표적을 향해 ‘줄파가르’와 ‘젤잘’, ‘데즈풀’ 등 고체 연료 탄도미사일을 대거 발사했다. 이란제 탄도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2,000㎞ 정도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월 미군이 혁명수비대 내 정예군인 쿠드스군의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사살하자 이란이 이라크의 미군 기지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미군 수십명이 부상한 적이 있다.
이와 함께 혁명수비대는 자폭용 무인기를 표적에 충돌시켜 폭발시키는 훈련을 수행했다. AP는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를 공격할 때 사용됐던 삼각형 모양의 항공기와 무인기가 아주 닮았다”고 보도했다.
이번 훈련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한 뒤 머지않아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자국과 미국 간의 ‘핵 합의’(JCPOAㆍ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귀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사전 포석 성격이 강하다는 게 AP의 분석이다. “바이든을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란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인 2015년 자국의 핵 활동 제한과 미국의 대이란 제재 해제를 맞바꾸는 JCPOA를 체결, 대미 관계를 크게 개선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JCPOA를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적 실패’라 비난하며 2018년 일방적으로 JCPOA를 탈퇴하고 합의 체결로 해제한 대이란 제재를 대부분 복원하자 핵 개발을 재개했다.
이달 초 솔레이마니 사령관 1주기를 앞두고서는 도발 차단을 명분으로 트럼프 미국이 전략핵폭격기(B-52)와 항공모함, 핵잠수함 등을 잇달아 중동으로 보냈고, 이란은 우라늄을 무기 수준에 가깝게 농축하는 한편 한국 화학 운반선을 붙잡아 갔다. 바이든 미국과 이란이 JCPOA 복원 협상에 착수하더라도 이런 신경전의 영향과 이란 강경파의 입김에서 벗어나기는 당분간 어려우리라는 게 대체적 전망이다.
한편 혁명수비대는 4일 걸프 해역(페르시아만)에서 해양 오염을 이유로 한국케미호를 나포했고, 한국인 5명 등 선원 20명이 이란 남부 반다르아바스항에 억류 중인 한국케미호 선내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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