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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고령자 겨냥한 '백신 접종 예약' 전화사기 경계령

입력
2021.01.17 10:24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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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소 직원 사칭, 감염 취약한 고령자 불안 악용
"접종 후 반환" 설명하면서 백신 접종 예약금 요구
고령자 접종은 3월말... 예약 접수는 시작도 안 해

화이자·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일본 정부는 2월쯤 화이자 백신의 국내 사용을 승인할 예정이다. EPA 연합뉴스

화이자·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일본 정부는 2월쯤 화이자 백신의 국내 사용을 승인할 예정이다. EPA 연합뉴스

'노인 대국'인 일본에서 고령자를 겨냥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이유로 현금을 요구하는 사기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경찰은 최근 급속한 감염 확산에 따라 이 같은 사기 전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다음달 하순부터 코로나19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의료진 1만명부터 접종을 시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고령자(약 3,600만명)에 대해서는 3월 하순부터 접종을 시작하는 등 우선순위를 정해두었다. 접종은 의무사항이 아닌 만큼 희망자에 한해 실시한고 비용은 정부가 지불한다. 아직 백신에 대한 사용 승인이 나오지 않았을 뿐더러 접종 예약도 시작하지 않았지만, 고령자들의 불안을 악용한 신종 사기인 셈이다.

경시청에 따르면 이달 초 도쿄도 복지보건국이나 후생노동성 직원을 사칭한 남성이 고령자의 집에 전화를 걸어 "유전자증폭(PCR) 검사와 백신 접종 예약을 받는다"며 예약금 명목으로 금품을 요구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 6~13일까지 도쿄도에서 10건이 신고됐다.

도쿄도 거주 80대 여성은 6일 도쿄도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성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이 남성은 “7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백신 접종 예약을 받고 있다”며 “PCR 검사에서 양성으로 판명된 경우 호텔 등에서 격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숙박비 등 예약금을 요구했다. 이상하게 여긴 여성이 구체적인 내용을 질문하자 남성은 갑자기 전화를 끊었다.

효고현에서도 80대 여성의 집에 보건소 직원을 사칭한 남성이 "2월부터 백신을 접종할 수 있으니 10만엔(약 106만원)을 입금해 달라"는 전화가 걸려 왔다. 이 여성은 "가족과 상담하겠다"며 전화를 끊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밖에 "접종할 때 의료기관에서 1박을 해야 한다" "백신과 숙박비용을 사전 지불해야 하지만 접종 후에 반환 받는다" 등의 설명을 하면서 현금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경시청은 코로나에 취약한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금품 갈취 시도로 보고 있다. 코로나19가 유행한 지난해에도 고령자 대상 지원금 지급이나 PCR검사 키트 지급 등을 이유로 고령자에게 전화로 접근한 사례가 153건이 신고됐다. 최근 백신 접종 전화도 단순히 고령자로부터 10만엔 갈취 목적이라기 보다 이를 계기로 거액을 가로채는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전에도 고령자를 겨냥한 전화 사기는 끊이지 않았다. 아들이나 손자 등으로 가장해 급전이 필요하다며 거액의 송금을 요구하는 '오레오레(나야 나) 사기', 일본어로 '약속'과 '전화'의 합성어인 '아포덴' 범죄 등이 대표적이다. 아포덴은 고령자에게 전화를 통해 현금 보유나 자산 상황을 확인한 뒤 방문 약속을 잡고 강도 행각을 벌이는 수법으로, 2019년 한 해 9만건 이상 발생하면서 사회문제가 됐다.

도쿄= 김회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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