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길목 대부분 차단, 사실상 도시 봉쇄
州방위군 2만5000명 배치… 긴장 최고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이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수도 워싱턴에 사실상 ‘계엄령’이 발동된 분위기다. 진입 길목 대부분은 차단됐고, 취임식장 인근에서도 1만명의 주(州)방위군이 물 샐 틈 없는 경계를 펴고 있다. 6일(현지시간) 발생한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 여파 탓에 워싱턴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미 언론은 16일 전례 없는 수준의 철통 보안으로 “워싱턴이 사실상 봉쇄됐다”고 전했다. 4년 전까지 수십만 인파가 몰려 새 대통령의 앞날을 축하하던 의사당 앞 내셔널몰은 벌써부터 발길이 끊겼다. 취임식 이튿날인 21일까지 일반인 출입을 불허하는 것은 물론, 인근 지하철역 13곳도 폐쇄됐다. 시내로 통하는 주요 4개 다리 역시 19일 오전 6시부터 48시간 동안 통제될 예정이다. 또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는 취임식 주간 워싱턴 숙박 예약을 모두 취소했다.
국방부는 주방위군을 무려 2만5,000명이나 워싱턴 곳곳에 배치할 계획이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당시 동원된 인원(8,000명)의 3배 이상 규모다. 이미 이날 1만명의 병력이 워싱턴에 도착했고, 취임식 당일까지 배치 인원을 순차적으로 늘리겠다고 국방부 측은 설명했다.
대통령 취임식을 겨냥한 폭력사태 우려는 워싱턴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전후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인 폭력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뒤 각 주정부에 대비를 당부했다. 미 CNN방송에 따르면 통상 취임식 전 폭발물 위험 등을 차단하기 위해 워싱턴 전역의 우체통을 철수하거나 입구를 막는데, 올해는 다른 20개 도시에도 유사 조치가 취해졌다. 2020년 대선 경합주들이 특히 긴장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는 의사당 주변에 장벽까지 세웠고, 미시간주 의회는 취임일 전후로 회의 자체를 취소했다.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16일은 소규모 시위 등을 제외하고 평온했다”고 안도했다. 하지만 17일 미시간 등 취임식까지 50개주 의사당에서 무장한 극우주의자들이 행진ㆍ시위가 계획돼 있어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15일 저녁에는 무등록 권총과 실탄 500발을 트럭에 싣고 워싱턴 연방의사당에 진입하려던 30대 남성이 체포되기도 했다. 다행히 별다른 혐의점은 없어 워싱턴 접근금지 명령을 받고 풀려났다. 자신을 사설 보안업체 직원이라고 소개한 이 남성은 수사 과정에서 “차에 권총이 있는 줄 모르고 집을 나섰다가 길을 잃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