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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육참총장 인권위 제소로 번진 ‘장교 vs 부사관 갈등’ 어땠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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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육참총장 인권위 제소로 번진 ‘장교 vs 부사관 갈등’ 어땠길래

입력
2021.01.17 16: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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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부사관 일부가 현직 육군참모총장(4성 장군)의 발언을 문제 삼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는 초유의 일이 일어났다. 남영신 총장이 최근 “장교들이 부사관에게 반말을 해도 된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 부사관들의 인격권을 침해했다는 이유에서다. 현직 총장을 대상으로 한 인권위 제소는 창군 이래 처음으로, 장교와 부사관 간 해묵은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오르는 모양새다.

지난달 24일 중부지역 드론교육센터를 찾은 남영신(가운데) 육군참모총장이 FPV(First Person View·일인칭 시점) 드론 조종술 교육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육군 제공

지난달 24일 중부지역 드론교육센터를 찾은 남영신(가운데) 육군참모총장이 FPV(First Person View·일인칭 시점) 드론 조종술 교육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육군 제공


현직 육참총장 상대로 한 초유의 인권위 제소, 왜?

17일 육군과 인권위 등에 따르면 문제의 발언은 지난달 21일 남 총장이 주임원사들과 가진 화상회의에서 나왔다. 남 총장은 “나이로 생활하는 군대는 아무 데도 없습니다. 나이 어린 장교가 나이 많은 부사관에게 반말로 명령을 지시했을 때, 왜 반말로 하냐고 접근하는 것은 군대 문화에 있어서는 안됩니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장교가 부사관에게 존칭 쓰는 문화, 그것은 감사하게 생각해야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일부 40, 50대 고령 부사관들이 20, 30대 나이 어린 장교들을 상관으로 대우하지 않는 것을 꼬집은 것이다. 이에 사흘 뒤 주임원사 일부는 “남 총장이 장교는 부사관에게 반말을 해도 된다고 말해 인격권을 침해 당했다”는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

육군은 “전후 맥락을 보지 않고 발언의 취지와 진의가 왜곡된 것”이라며 “남 총장의 발언은 임무 수행 간 나이를 먼저 내세우기보다는 계급을 존중하고 지시를 이행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실제 ‘나이 어린 장교’와 ‘고령의 부사관’은 상명하복과 지휘계통이 생명인 군 조직의 특수성이 장유유서(長幼有序)를 중시하는 한국인 정서와 부딪치며 오랫동안 부대 내 갈등 요소였다. 소위로 임관하는 20대 장교는 부대 내에 1~3년 머물지만 50대인 주임 원사의 경우 길게는 수십 년 같은 부대에서 근무해 온 경우가 많다. 상관인 장교들의 지시가 원사 이하 부사관들에게 먹히지 않는 것이다. 주임원사는 하사-중사-상사-원사로 이어지는 부사관들의 최선임이자 대표격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이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북 안보·국방 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이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북 안보·국방 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이 어린 장교 vs 고령의 부사관 간 해묵은 갈등

이에 군 당국은 2001년 3월 하사관(下士官) 명칭을 부사관(副士官)으로 바꿨다. 하사관이란 용어가 장교를 칭하는 ‘사관’의 아래 있는 것으로 인식돼, 사관에 버금간다는 뜻의 ‘부’(副)를 붙이기로 한 것이다. 2002년에는 부사관 ‘임용’ 대신 ‘임관’이란 표현으로 부사관들이 자부심을 갖도록 했다.

그러나 지난해 부사관 4명이 상관인 중위를 강제추행하거나, 일부 부대에서 초급 장교들을 대상으로 부사관에게 ‘~님’ 호칭을 붙이도록 교육까지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군 기강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에 남 총장이 공개 자리에서 우려를 표한 것이다.

육군 중장 출신인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총장 발언의 진위와 배경을 확인한 결과, 최근 각급 부대에서 부사관들이 장교를 집단 성추행하거나 명령을 불복종하는 하극상이 잇따르는 상황을 우려해 나온 것”이라며 “군은 엄정한 군기가 생명이고 법리보다 엄중한 질서가 우선인 조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군의 양대 중추는 장교단과 부사관단으로, 장교는 관리자, 부사관은 전문가 그룹으로 서로를 존중하고 협력해야 최상의 전투력을 개발하고 유지할 수 있다”며 “장교단과 부사관단은 이번 건을 계기로 서로 역지사지하고 자성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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