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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민청원, 청와대 청원의 0.7%… 흥행 저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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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민청원, 청와대 청원의 0.7%… 흥행 저조 왜?

입력
2021.01.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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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의 반영 통로" 평가에도
높은 문턱·복잡한 절차 탓 외면
국회의장조차 "실적 저조" 지적

'2,000건 대 30만건.'

국회가 주관하는 국민동의청원 신청 건수가 비슷한 제도인 청와대 국민청원의 100분의 1에도 못 미칠 정도로 외면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의원들이 청원 성립 기준을 권고안보다 훨씬 높여 시작한 탓이다. 문턱을 낮춰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에 따르면 국민동의청원 제도가 시작된 지난해 1월10일부터 지난해 12월 8일까지 약 11개월간 국민들이 국회 낸 청원 건수는 2,121건에 머물렀다. 2017년 8월 제도 시행 이후 3년간 연평균 약 29만3,000건씩 청원이 접수된 청와대 국민청원의 약 0.7% 수준이다.

국회의원 배지. 배우한기자

국회의원 배지. 배우한기자

국민동의청원은 30일 안에 10만명 이상이 동의한 청원에 대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가 법률 반영을 논의하는 제도이다. 잘만 운영되면 선거 말고는 좀처럼 반영되기 어려운 민의를 국회에 직접 전달하는 통로로 쓰일 수 있다는 평가다.

국회가 스스로 높인 청원 문턱

그럼에도 이처럼 흥행이 저조한 것은 우선 문턱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청원이 성립하려면, 즉 국회 상임위에서 논의되려면 청원 등록 후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먼저 30일 이내 100명 사전 동의를 받아야 청원이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공개 후 30일 이내 최소 10만명의 국민 동의를 받아야 청원이 성립한다. 이는 국민동의청원 제도 도입을 제안한 국회혁신자문위원회의 권고안인 ‘등록 30일 이내 20명 사전 동의, 공개 후 90일 이내 5만명 동의시 청원 성립’보다 훨씬 까다롭다.

문턱을 높인 건 국회의원들이었다. 2019년 11월 28일 국회 운영위원회 소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여야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요건 강화를 관철했다. “90일에 5만명은 너무 쉽다”(김현아 미래통합당 의원) “청원이 너무 간소화되면 한 사안으로 정반대의 청원이 마구잡이로 올라올 수 있다”(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는 이유였다.

국민동의청원 절차. 국회 홈페이지 캡처

국민동의청원 절차. 국회 홈페이지 캡처

청원에 동의하는 방식도 청와대 국민청원보다 훨씬 복잡하다. 청와대 청원은 30일 내 20만명 동의를 받아야 하는 대신 카카오ㆍ페이스북ㆍ네이버ㆍ트위터 계정 로그인만으로 청원 등록과 동의를 할 수 있다. 이와 달리 국회 청원은 휴대폰으로 본인 인증을 받아야만 등록과 동의가 가능하다. 번거롭거나 신분 노출이 꺼려져서, 또는 스마트폰이 없어서 동의를 포기하는 사례가 생길 수 있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청와대 청원과 달리,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법에 근거가 명시된 제도이기 때문에 본인 확인 절차가 좀 더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청원 성립해도 국회가 방치할 때 많아

어렵게 10만명 동의를 받아도 국회는 이를 방치할 때가 많다. 이 역시 국민 관심 저하로 이어진다. 제도 시행 이후 지금까지 청원 성립은 모두 18건 이뤄졌는데, 이중 법안에 간접적으로나마 반영된 건수는 ‘n번방’ 처벌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4건에 그쳤다. 9건은 계류 중이며 5건은 20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최근 17개 상임위원장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국민동의 청원 심사 및 처리 실적이 매우 저조하다”며 심사기한(최장 150일) 준수를 촉구했을 정도다.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청원 주제가 낙태 찬반, 지역의사 확충 반대, 교육공무직 법제화 등으로 논란이 거센 주제이다보니 국회 상임위가 외면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참여연대는 “국민동의청원을 해도 국회가 반응하지 않거나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는다면 이는 참여 저하와 국회 불신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청원 성립 요건을 대폭 완화하고 심사 기한을 분명히 정해, 더 많은 국민의 목소리를 입법 활동에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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