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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읽히면 소용 없다…읽고 대화의 장 만드는 게 우리의 일”

입력
2021.01.18 17:0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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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회 한국출판문화상 북콘서트
편집 부문 수상자
인문잡지 '한편' 이한솔 신새벽 편집자

제61회 한국출판문화상 편집 부문을 수상한 인문잡지 한편의 두 편집자 이한솔씨(왼쪽), 신새벽씨가 지난 7일 서울 내수동 교보문고 아크홀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유튜브 캡처

제61회 한국출판문화상 편집 부문을 수상한 인문잡지 한편의 두 편집자 이한솔씨(왼쪽), 신새벽씨가 지난 7일 서울 내수동 교보문고 아크홀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유튜브 캡처

“가볍게 보고 소비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인문 분야 책 시장에서 좋지 않은 영향을 줄 듯한데, 기획할 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으신가요.”

제61회 한국출판문화상 편집 부문 수상작인 민음사 인문잡지 ‘한편’의 편집자들은 이 질문을 받고 생각에 잠겼다. 지난 7일 서울 내수동 교보문고 아크홀에서 비대면으로 진행된 수상작 북콘서트에서였다. 이들은 사전에 받은 질문 중 이 질문이 가장 답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인문잡지 ‘한편’은 ‘책보다 짧고 논문보다 쉬운 한편의 인문학’을 표방한 잡지다. 한 가지 주제에 대한 젊고 참신한 필진 10명의 글을 모았다. 이들은 각자 다져온 기반에서 그들의 생각을 펼친다.

어려운 질문이었다지만 편집자 신새벽씨의 답은 명쾌했다. 일단 글이 읽히고 이를 토대로 사람들이 토론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문학 책들은 두꺼워서 ‘벽돌책’이라고 흔히 말하는데, 베개인지 목침인지 구분할 수 없는 그런 책들을 보면서 항상 압도당했거든요. 읽어야지 하면서도 스마트폰과 넷플릭스에 밀려 왔죠. 읽기에 대한 부담을 털고 쉽게 접할 수 있어야 나중에 생각이 쌓이고 깊이도 생기는 거라고 생각해요.”

실제 이들의 시도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또 다른 편집자인 이한솔씨는 “’한편’을 출간하고 뉴스레터로 괴테의 글을 보낸 적이 있는데, 한 독자가 나름의 이유를 말하면서 ‘나는 괴테의 생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회신해왔다”며 “’누구나 대화할 수 있다’는 게 우리 잡지가 추구하는 건데, 그 이상을 보여준 사례여서 무척 감동 받았다”고 말했다.

제61회 한국출판문화상 편집 부문 수상자인 민음사의 '한편' 팀이 서울 강남구 민음사 사옥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세영, 이한솔, 신새벽 편집자. 한국일보 자료사진

제61회 한국출판문화상 편집 부문 수상자인 민음사의 '한편' 팀이 서울 강남구 민음사 사옥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세영, 이한솔, 신새벽 편집자. 한국일보 자료사진

“페미니즘 세대라는 게 존재할까요? 페미니즘은 그냥 동시대를 관통하는 주제의식 같은데요.” 편집자들은 또 다른 질문에 대해서도 답해 내려갔다. 이 질문은 세대를 주제로 다룬 1호 잡지 중 출판사 사월의책 편집장으로 재직 중인 박동수의 ‘페미니즘 세대 선언’이라는 글에 대한 것이다. 박동수는 이 글에서 청년세대를 페미니즘 세대로 명명했다.

질문에 대해 신씨는 “세대의 주체성을 찾고자 했던 게 기획의도”라며 “기성세대가 청년들을 말할 때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니 뭐니 해서 납작 엎드려 사는 것처럼 보이게 했는데, 이것에 대항해 주체성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페미니즘 세대라고 부른 건 청년세대 모두가 페미니스트라는 뜻은 아니었으며, 청년세대가 페미니즘과의 긍정적 또는 부정적 관계 설정을 통해 정치적 주체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는 말이다.

인문잡지 한편 1호 '세대', 2호 '인플루언서' 표지.

인문잡지 한편 1호 '세대', 2호 '인플루언서' 표지.


인문잡지 ‘한편’은 현재 4호까지 출간됐다. ‘세대’를 시작으로 ‘인플루언서’ ‘환상’ ‘동물’까지 나왔다. 두 편집자가 다음에 다룰 주제는 어떤 걸까. “5호 잡지는 일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어요. 자산 소득이 일을 해서 번 소득을 앞지르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죠. 일이란 무엇인가를 탐구할 예정이에요. 노동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는 장이 되길 기대합니다.”

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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