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부가 한국에 동결된 자산의 활용법을 찾으려 갖가지 묘안을 짜내고 있다. 이번엔 미납 회비를 동결 자산으로 내는 방안을 유엔에 제안했다. 한국에 묶여 있는 돈이 8조원에 육박하는 만큼 어떤 방식로든 자국의 이익을 위해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이브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이란은 미국의 금융제재로 송금 통로가 제한됐지만 지난 수 년간 유엔 회비를 내 왔다”며 “최근 한국에 있는 우리의 돈으로 회비를 납부하는 방법을 유엔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이란중앙은행의 승인ㆍ협상ㆍ조율이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란이 갑자기 회비 대납 방안을 꺼내든 것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발언 때문이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최근 유엔총회 의장단에 보낸 서한에서 이란을 비롯해 리비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소말리아 남수단 니제르 등 10개국이 회비를 밀렸고, 이들 국가의 총회 투표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란의 미납 회비는 10개국 중 가장 많은 1,625만달러(약 180억원)로 알려져 있다.
하티브자데 대변인은 또 “이란은 미국이 악의를 갖고 우리의 자산을 오용할 우려 탓에 유엔 회비 송금 과정에서 미국의 은행을 중계기관으로 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안전한 송금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에 부과한 제재에 근거해 미 금융결제망을 거치는 모든 이란 자금은 의무적으로 동결되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미국의 제재로 한국에 동결된 이란의 석유수출 대금은 약 70억달러(약 7조8,000억원) 규모다. 이란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구입 등 해당 자금을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색 중이다. 앞서 4일 걸프 해역에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한국 국적 화학물질 운반선 ‘한국케미’호를 나포한 것도 동결 자금 해제를 압박하려는 수단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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