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출범을 목전에 둔 조 바이든 미 행정부를 향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때 이뤄진 ‘싱가포르 선언’의 계승을 강조했다. 북미대화 재개를 위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한 ‘싱가포르 선언’을 이어 받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북미대화 재개와 관련해 ‘싱가포르 선언’을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오는 20일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맞물려 북한의 비핵화 논의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바이든 행정부 출범으로 북미대화, 남북대화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싱가포르 선언은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한 매우 중요한 선언으로, 이를 다시 시작해서 구체적 방안을 이루는 대화를 이어간다면 속도 있게 북미 대화, 남북대화를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 구축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미군 유해 송환 등 4개항에 합의하는 이른바 ‘싱가포르 선언’을 발표했다. 그러나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회담이 결렬되면서 이후 진전이 없는 상태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최근 8차 당대회에서 핵 증강을 강조한 것과 관련해서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의 회담이 아직 타결되지 못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 당선인과의 호흡도 강조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와 한국 정부는 가치 지향이나 정책 기조에서 코드가 같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한미관계에서 더 큰 진전을 이룰 것이란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과 관련해서는 아직 바이든 대통령과 구체적인 합의를 하지 못했다”면서도 “(미국이) 북미대화를 후순위로 미룰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김 위원장의 평화, 대화, 비핵화에 대한 의지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언제 어디서든 만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신년사에서 “언제든, 어디서든 만나고 비대면의 방식으로 대화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다만 “남북 정상회담은 만나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성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며 4차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전제를 달았다. “올해 집권 5년차라 제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4차 정상회담을) 서두를 수 없는 노릇”이라고도 했다.
그는 2018년 9월 평양공동선언 당시 김 위원장이 약속한 ‘남측 답방’에 대해 “김 위원장의 남쪽 답방은 합의된 것으로 언젠가 이뤄지길 기대한다”면서도 “그러나 꼭 답방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굳이 남한이 아니라도 만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민감해 하고 있어 화상을 포함한 비대면 방식으로 언제 어디서든 만날 수 있다는 의지를 말씀드렸다”고 했다.
그는 북한이 남북 대화재개 요건으로 내건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관련해서는 “연례적으로 이뤄지는 방어 목적의 훈련”이라며 “한미군사훈련에 대해서는 필요하면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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