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정면돌파 모드'였다. 입장을 밝혀야 할 땐 분명하게 밝혔다. 성과는 성과대로 자신했고, 실패는 실패대로 인정했다. '민감한 현안에 침묵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이란 평가가 나왔지만, 대국민 소통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의지로도 읽혔다. 기자들에게 농담을 건네며 긴장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도 했다.
이날 회견은 온ㆍ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진행돼 기술적 오류도 더러 있었지만, 청와대는 "사상 처음으로 진행한 것인데, 괜찮았다"(탁현민 의전비서관)고 평가했다.
"솔직히 말하겠다" 민감한 이슈 '돌직구' 답변
청와대 춘추관에서 진행된 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의 첫 질문은 '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였다. 문 대통령은 "솔직히 말씀을 드리기로 했다"며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논란을 단박에 정리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한 발언도 직설적이었다. "저의 평가를 한마디로 말씀 드리면, 그냥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다' 그렇게 말씀 드리고 싶다." '임명권자'와 '소속'을 의식해 검찰권을 남용하지 말라는 경고인 동시에 윤 총장을 '적'으로 상정하지 않는다는, 짧지만 심오한 메시지였다.
몸을 낮출 땐 낮췄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 "투기를 차단하면 충분한 공급이 될 것이란 판단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실책을 인정했다.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모습도 여러 번 보였다. '불통이라는 평이 있다'는 질문에 문 대통령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서 노력을 해 왔다"고 잘라 말했다. 이를 두고 정세균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생각과 주장은 단호하면서도 명쾌했다"(페이스북)고 평가하기도 했다.
'각본 없는' 회견... 농담으로 긴장 깬 文
'각본 없는 기자회견'이었기에 질문이 사전에 조율되지 않았다. 질문권을 받으려는 기자들도, 어떤 질문이 나올지 모르는 대통령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문 대통령은 농담으로 분위기를 풀었다. 첫 질문자가 최대 현안인 사면과 부동산 문제를 한꺼번에 질문하자 "특권을 너무 많이 행사하셨다"고 해 회견장에 웃음이 터졌다. 코로나19 방역 관련 질문이 많이 나오지 않자 "방역은 너무 잘하니까 별로 질문이 없으신가"라고 묻기도 했다.
때론 '오류' 있었지만... 靑 "더 많은 소통 가능"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 방식을 겸해 진행하는 기자회견인 만큼, 청와대에서도 준비에 몇 배의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탁현민 비서관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인터넷이 끊기면 대화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수 있으니, 문 대통령도 '기술적인 부분을 잘 챙기라'고 특별히 강조했다"고 전했다.
질문자로 선택을 받고도 인터넷 연결 오류로 질문을 하지 못한 기자도 있었다. 질문하는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은 장면도 있었다. 행사를 준비한 탁 비서관은 "코로나19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비대면 기자회견을 하게 됐지만, 한번 '좋은 경험'을 했으니 향후 외국 기자들과의 회견 등에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문 대통령이 퇴장할 땐 코로나19 극복 염원을 담은 노래 '상록수2020'이 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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