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결과로 다시 구속된 이재용(53) 삼성전자 부회장은 법정구속 판결이 나오자 고개를 떨구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선고 직후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대법원 판결 취지를 감안한 선고”라며 담담한 입장을 밝혔다.
이 부회장은 이날 재판 전 법정에 출석하면서부터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선고 시작 10분 전 법정에 들어선 그는 변호인들과 짧은 대화를 나눌 때 외에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20여분간 선고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대체로 바닥을 응시하거나, 눈을 감고 있었다.
다만 재판부가 “삼성 준법감시제도가 실효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이상 양형 조건으로 참작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 피고인 이재용에 대해 실형 선고 및 법정구속이 불가피하다”고 밝히는 대목에서, 이 부회장은 두 눈을 크게 뜨고 맞은 편 검사석 쪽을 바라보기도 했다.
재판부가 실형 선고 후 “변명할 기회를 부여하고자 한다”며 진술 기회를 줬지만, 이 부회장은 허리 굽혀 인사한 후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짧게 답했다. 그는 법정구속은 예상치 못했다는 듯 바닥을 쳐다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자유로운 몸으로 법정에 출석했으나, 실형 선고로 인해 법정 밖으로 나가지 못한 채 2018년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지 35개월만에 다시 구속 절차를 밟아야 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 이인재 변호사는 선고 직후 기자들을 만나 “이 사건의 본질은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으로 기업이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당한 것"이라며 "(정권의 강요에 따른 행위라는) 그런 본질을 고려할 때 재판부 판단은 유감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재상고 계획에 대해서는 “우선 판결문을 검토해봐야 한다”는 짧은 말만 남긴 채 법원을 떠났다.
특검팀은 선고 직후 입장문을 내고 “주요 피고인들에 대해 실형이 선고된 것은 대법원 판결 취지를 감안한 선고”라고 평가했다. 특검은 아울러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국민연금 합병 찬성 관련 직권남용·배임 사건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선고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은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력을 넣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2017년 이 부회장 구속과 기소를 직접 담당한 한동훈 검사장도 이날 선고 결과와 관련해 “누구라도 법을 어기면 법에 따라 처벌받아야 한다는 걸 보여준 것"이라는 소회를 밝혔다. 한편 이 부회장의 법정구속 소식에 법원 앞에서 기다리던 일부 시민들은 “이재용 구속” “정의는 살아있다”며 환호했다. 이에 다른 시민이 “삼성처럼 고마운 기업이 어디 있냐”고 따지면서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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