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중 전임 대통령 이사 수고 배려
심야 교체 시 군 통수권 공백 우려도
한국서도 "이양시점 현실화" 목소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일(현지시간) 제46대 대통령에 공식 취임한다. 임기 시작은 이날 낮 12시(한국시간 21일 오전 2시)부터다. 이는 차기 대통령 임기를 0시로 정해둔 한국과 사뭇 다르다. 이유는 전직 대통령을 배려하는 전통에서 찾아 볼 수 있다.
18일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당선인은 취임일인 20일 오전 비공개 예배를 본 후 낮 12시 전후로 국회의사당 앞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대통령직에 오른다. 그러나 식전 행사 등 관계로 취임 선서가 늦어지더라도 공식 임기는 정오부터 시작된다.
미국은 대통령의 임기 개시 시점을 헌법에 명문화했다. 1933년 개정된 수정헌법 20조 1항의 대통령 임기 규정에는 “(이임하는) 대통령과 부통령의 임기는 1월 20일 정오에 종료된다”고 적시돼 있다. 자연스럽게 새 대통령 임기도 이때부터 시작된다. 떠나는 대통령이 낮 12시까지는 국가수반으로서의 헌법적 권한을 갖는 셈이다.
미국이 이처럼 한 낮에 정권 ‘바통 터치’를 하는 것은 형식적이긴 하나 이임 대통령이 한밤 중에 백악관을 비워야 하는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서다. 또 심야에 대통령이 바뀔 경우 공식 취임 때까지 반나절 동안 군 통수권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담겼다.
반면 한국은 대통령의 공식 권력이양 시점이 헌법이 아닌 공직선거법에 나와 있다. 해당 법령 14조는 새 대통령 임기를 ‘전임 대통령 임기만료일 다음날 0시에 개시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컨대 새 대통령이 20일 오전 10시 취임식을 하면 이날 0시 이미 임기를 시작한 상태에서 취임식에 참석하는 셈이다.
그러나 통상 한국 신임 대통령은 전날 사저에서 머문 뒤 취임식 이후 청와대로 이동해왔기 때문에 임기 개시 시점과 취임식 사이 ‘권력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곤 했다. 역대 대통령 사례를 보면 김영삼ㆍ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 임기만료일(2월 24일) 공무원의 퇴근 시간인 오후 6시쯤 청와대를 떠났다.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새 대통령이 취임식을 마치고 청와대에 입성하기까지 청와대가 텅 비어 있었다는 얘기다.
반면 전두환ㆍ노태우ㆍ노무현 전 대통령은 24일 마지막 밤을 청와대에서 보냈다. 만에 하나 당일 자정을 전후로 국가 최고통수권자의 지휘 판단이 요구되는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했다면, 정부 관계자들이 분초를 다투는 와중에 법적으로 전직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청와대와 신임 대통령의 사저 사이 어디로 달려가야 할지 머뭇거릴 수밖에 없는 아찔한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이 때문에 권력 교체기 때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현직과 새 대통령의 권력이양 시점을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편 미국에는 역대 대통령 당선인들이 취임 전날 백악관 앞에 있는 영빈관 ‘블레어 하우스’에서 하룻밤을 묵고 취임식에 참석하는 관례가 있다. 바이든 당선인 역시 취임식 전날 델라웨어주(州) 자택을 떠나 이곳에서 머문다. 대통령 취임식이 1월 20일로 굳어진 건 1937년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제2기 취임식 때부터다. 이전까지는 3월 4일에 취임식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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