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자신이 수의사니 졸업 후 동물만을 생각하고 평생 살아왔습니다. 대개 모두가 그러하듯 자기 영역에서 멀어질수록 관심을 안 두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그러다가 야생동물을 공부하면서 동물이 사는 집을 메우는 식물을 알아야 했지만 능력 너머의 일임을 이내 알았습니다. 배우고 싶지만 배워지지 않는 식물이었죠. 그러다 작은 텃밭과 정원을 꾸리며 식물을 적게나마 이해해 가고 있습니다.
이번 글은 그 식물 중 지구 육상계를 가장 넓게 덮고 있는 초지에 관련된 내용입니다. 그린란드와 남극을 제외하고 육상 면적의 40%를 덮고 있죠. 하지만 이 초지는 농지로의 전환, 사막화 현상과 토착종의 소실 등으로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한 예로 멕시코 야노스 초원의 검은꼬리프레리독 서식지가 1988년 이후 73%가 감소했죠. 검은꼬리프레리독은 해당 지역에서 매우 중요한 먹이자원인데 16년 만에 1㏊당 25마리에서 2마리로 감소해버린 것입니다. 주된 원인은 농지전환과 가축 방목, 그리고 가뭄입니다. 이러한 현상이 멕시코에서만 벌어졌을까요?
최근 발표된 논문은 인간이 전 지구의 초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룹니다. 토양은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온실가스의 저장고 역할을 합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지구 육상에서 가장 넓은 면적인 초지는 자연적으로 광합성이라는 과정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 고정하고 일부는 방출합니다. 여기에 인간이 개입한다면 거름과 비료를 통해 아산화질소를, 가축 사육과 관련한 메탄을 방출합니다. 특히 메탄은 열 보존력이 이산화탄소에 비해 최소 70배 수준이 넘는 주요 단기온실가스에 해당하죠. 이에 1750년부터 2012년까지 전 세계 자연 초지와 인위적 관리목초지가 인간 활동에 따라 기후변화에 주는 상대적 영향을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가축 목초지에서는 메탄과 아산화질소 배출량은 1750년 이후 거의 2.5배 늘었다는 것을 추정해 냅니다.
한편 전 세계 초원의 탄소 흡수 고정효과는 지난 세기에 강화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지난 10년 동안, 사람이 집중 관리한 초지는 온실가스 배출의 순 원천으로 변화하였습니다. 우연히도, 두 종류의 목초지는 최근까지 서로를 상쇄할 만큼 균형을 잡아온 듯 보입니다. 다만, 가축 목초지 확장과 더 많은 가축 수 증가로 인한 최근 탄소배출 강세 경향은 우리 행동의 변화를 주문하고 있지요. 토양 내 탄소 고정을 촉진하고, 가축사육을 위한 삼림 벌채와 개간을 중단하며, 가축 생산 시스템을 변화시키기 위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입니다.
생산 체계의 전환은 결국 소비성향의 변화가 이끌어 냅니다. 사료원료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로서는 2018년 옥스퍼드 대학이 199개국, 3,820개 축산 농장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결과 채식 위주의 식단 전환으로 목초지를 포함한 농경지 75%를 줄일 수 있다는 주장도 귀담아 들어야 합니다. 초지의 변화와 소실은 비단 야생동물 서식지를 변화시키고 생태계를 교란하는 것에만 머물지 않고, 전 지구적 자원의 기후변화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도 생각하며 우리의 식단을 고려해야 할 시점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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