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9일 '국민의힘이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경선 플랫폼을 야권 전체에 개방해 달라'고 제안했다. 나경원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출마로 관심이 국민의힘으로 쏠리자, 단일화 깃발을 본격적으로 흔들기 시작한 것이다. 급할 것 없는 국민의힘은 "우리 당 후보를 뽑는게 먼저"라고 일축했다.
안 대표가 국회에서 기자회견까지 열어 제안한 골자는 이렇다. '국민의힘이 예비경선을 통해 야권 단일화 본경선 진출 후보 4명을 추린다. → 4명이 안 대표를 비롯한 비(非) 국민의힘 후보들과 함께 통합 경선을 실시한다.'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당적'을 가져야 한다고 요구하지 않는다면, 기꺼이 국민의힘이 만든 플랫폼에 들어가 경선을 치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이라는 '호랑이굴'에 들어가는 것은 거절하되, 단일화 논의 불씨는 살리겠다는 뜻이다.
안 대표는 "미국 대선 때 민주당이 실행하고 있는 방식"이라며 "민주당 당원이 아니라도 모든 후보에게 문호를 개방, 필승 대선 후보를 선출해 왔다"고 설명했다. 2016년과 2020년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 참여한 버니 샌더스 후보는 민주당이 자신의 신념에 못 미친다며 입당을 거부하고 무소속으로 뛰었다. 대신 '후보가 되면 민주당 간판으로 뛰겠다'고 약속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안 후보도 야당 경선에 참여해야 한다"며 제안한 방식이기도 하다.
안 대표의 의도는 보수층이 국민의힘 중심으로 뭉치는 것에 일단 견제구를 날리는 것이다. 오 전 시장, 나 전 의원이 경쟁을 시작하면서 안 대표가 여론의 중심에서 슬슬 밀려나는 상황이 되자 나름의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안 대표는 "경선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분명히 국민 앞에 약속드린다"며 그의 단일화 약속 자체를 불신하는 사람들을 달래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반응은 싸늘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안 대표가 제의했다고 무조건 수용할 순 없다.우리 당 후보가 확정이 된 다음에 단일화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정진석 서울시장 후보 경선 공천관리위원장 역시 페이스북에서 "입당하지 않고 경선에 참여하는 것은 우리 당 당헌·당규를 바꾸어야 하는, 쉽지 않은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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