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라는 2강(强)의 그림자에 가려 있던 여권의 잠재 대선주자들이 슬슬 기지개를 켜고 있다. 전직 대통령 사면론 불발로 이낙연 대표가 주춤하며 열린 공간을 파고드는 모습이다.
이런 ‘제3주자’ 가운데 중량감에선 단연 정세균 국무총리가 꼽힌다.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등 행정에 매진했지만 최근 들어 정치인의 면모를 내보인다. ‘친문재인’ 행보를 강화해 여권 핵심 지지층의 마음을 사로잡는 동시에 잠재 경쟁자인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지사를 견제하며 차별성을 부각하려는 것이다. 지난 8일 국회 현안 질의에선 야당 의원의 질의에 “국가 원수에 대해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문 대통령 엄호에 나섰다. 18일 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직후에도 “문재인 정부의 개혁과제를 완성하는 뜻깊은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내각이 합심하여 진력을 다해 뒷받침하겠다”며 다시 한번 충심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이낙연 대표가 제시한 이익공유제에 대해서는 “저는 그 용어(이익공유제) 자체를 사용하지 않는다. 사회의 또 다른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견제했고,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주장하는 이재명 지사를 두고서는 “단세포적 논쟁에서 벗어나자”며 단호함을 보였다. 정 총리와 가까운 한 인사는 “(이 대표 지지율 하락으로) ‘1강(이재명 지사) 다(多)약’ 구도가 되면 경력 등이 탄탄한 정 총리가 유리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여권 내 대권후보 경쟁을 앞두고 몸풀기에 들어갔다는 평가다. 서울시장 잠재 후보로 자주 거론됐지만 그보다 더 큰 꿈이 있음을 내비치면서다. 김 전 부총리는 전날 서울시장 불출마 의사를 알리며 “세력 교체에 준하는 정도의 변화가 있어야 우리 정치가 변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앞으로도 사회변화에 기여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원내에서는 이광재 민주당 의원이 동료의원들과 함께 ‘미래와의 대화’를 주제로 연속 정책토론회를 열면서 ‘오늘’보다 ‘미래’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 의원과 함께 ‘원조 친노(盧)’로 분류되는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검찰총장 탄핵 주장에 앞장서는 등 핵심 지지층을 향한 구애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 의원 가운데 가장 먼저 대선 출마를 공개 선언한 박용진 의원은 최근 대선 예비 싱크탱크 격인 ‘온국민행복정치연구소’를 서울 공덕동에 차렸다.
원외에선 제도권 정치 은퇴를 선언했던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다시 존재감을 끌어 올리고 있다. 감사원의 월성원전 감사와 법원의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효력정지 결정 등에 맞서 문재인 정부 '지키기'에 앞장서면서다. 그는 지난해 말 “대통령께서 외롭지 않도록 뭔가 할 일을 찾아야겠다”고 밝혀 정치권에서 정계 복귀 신호로 해석됐다.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아시아경제 의뢰로 16~17일 전국 18세 이상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제3주자들의 지지율은 아직 차이가 크지 않다. 응답자들은 ‘민주당의 제3주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큰 인물’을 묻는 질문에 정세균(17.0%) 추미애(12.1%) 임종석(7.4%) 김부겸(6.4%) 이광재(2.3%) 이인영(2.0%) 등을 꼽았는데 대체로 오차범위(±3.1%포인트) 내외 각축을 벌였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들은 섣불리 조기 등판해 집중 견제를 받기보다는,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이후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윈지코리아컨설팅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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