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를 유린한 미국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 이후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앞다퉈 극우 퇴출에 나섰지만,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여전히 이를 미화하는 상품이 판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한 이윤 추구를 넘어 특정 집단의 그릇된 메시지를 홍보하는 통로가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주요 전자상거래업체 거래 목록에서는 지금도 의회 침탈 사건을 기념하거나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을 소아성애자로 비난하는 등 윤리의식에서 벗어난 상품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미 수공예품 전문 온라인쇼핑몰 엣시는 반(反)인종주의 운동인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 로고를 모방한 ‘바이든은 미성년자(minors)를 좋아한다’는 셔츠를, 특별주문제품 판매업체 재즐은 ‘시빌워(내전) 2020’란 셔츠를 팔았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 역시 최근까지 ‘의사당 참전용사’ ‘의회 참전용사 전투’라고 적힌 셔츠를 20달러 안팎에 판매했다. 일부 상품은 현재 사이트에서 사라진 상태다.
지난 6일 친(親)트럼프 시위대의 의사당 난입 사태를 계기로 IT 업체들은 폭동 흔적을 지우려 애쓰고 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주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개인 계정과 극우단체 계정 7만여개에 사용 중지 조치를 내렸고 구글과 애플, 아마존은 극우 성향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SNS ‘팔러’ 다운로드를 중단했다.
글로벌 온라인쇼핑 플랫폼 쇼피파이 역시 사태 이튿날인 7일 자사에 입점한 트럼프 대통령 관련 기념상품 판매 사이트를 폐쇄했다. “폭력을 조장하고 위협하는 단체와 사람들을 지원할 수 없도록 한 정책을 위반했다”는 게 이유다.
그러나 이후에도 소규모 업체들까지 대중의 관심에 편승해 의회 폭동을 옹호하거나 음모론 집단 큐어넌의 주장이 담긴 모자, 셔츠, 스티커 등을 버젓이 팔아 비판 여론이 커진 상태다. 이에 이베이 측은 “폭력과 증오를 미화하는 모든 상품을 시장에서 제거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고, 아마존 역시 11일 자사 오픈마켓에서 큐어넌 슬로건이나 모토가 적힌 셔츠와 모자 등 연관 상품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IT 기업들의 호언장담과 달리 비윤리적 상품 판매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NYT는 “18일까지도 수십 개 업체의 수백 개 제품이 거래되고 있다”며 “일부 상품에는 근거 없는 음모론을 지지하는 글까지 달렸다”고 전했다. 업체들도 할 말은 있다. 재즐은 신문에 “자동화된 필터와 알고리즘을 활용해 공격적 디자인을 차단하려고 하지만 기술이 완벽하지 않다”면서 “일부 제품은 수동으로 제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온라인을 통한 극우 이미지 거래가 이들 세력의 세를 불리거나 그릇된 가치관을 전달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 허위 정보 확산을 막는 영국 국제허위정보지수(GDI)의 대니 로저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다수가 트위터나 SNS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훨씬 더 광범위하다”고 지적했다. “다수에게 유니폼을 팔면서 적대적인 메시지가 더 빠르게 전달되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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