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열린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선 1호 수사대상과 위장전입 의혹 등을 두고 공방이 오갔지만, 주식 관련 이슈도 잠시 이목을 끌었다. 여당 의원이 "보유한 주식을 정리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자, 김 후보자는 기다렸다는 듯 “모두 처분하겠다”고 답했다.
주식 처분 제안과 수락 과정이 너무 짧아, 그 약속의 무게감이 쉽게 전달이 안 됐던 것 같다. 고위공직자는 힘이 세기 때문에 주식을 가까이할수록 구설에 휘말리기 쉽다. 중앙부처에 몸담고 있다면 정책으로, 국회의원이라면 입법으로, 수사기관 고위인사라면 수사를 통해 특정 기업에 이득을 안겨줄 수 있다. 당연히 해당 기업의 주가는 출렁일 수 있다.
공직자윤리법에선 고위공직자가 3,000만원 이상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면, 직무와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는지 판단 받도록 하고 있다. 직무와 관련 있다는 결론이 나오면 해당 주식을 한달 내에 팔거나 백지신탁해야 한다. 고위공직자는 가능하면 주식을 멀리하라는 뜻이다.
보기에 따라선 다소 과도한 규제 같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김 후보자가 보유한 주식만 살펴봐도 그는 기업 대표와 친분 관계로 얽혀 있다. 김 후보자는 2017년 3월 미코바이오메드 주식 5,814주(4,824만원 상당)를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받았는데,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기업 대표 설명대로라면 김 후보자가 당시 주식을 배정 받은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친분'이다.
미코바이오메드가 수사대상에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로선 이해충돌은 없지만, 김 후보자는 앞으로 초대 공수처장으로서, 친분 있는 기업에 투자하고 특혜를 제공한 고위공직자가 있다면 수사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공수처장이 주식을 보유한 채 이런 사건을 수사하면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주식 보유 자체로 자기 모순이 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과감히 처분해야 한다. 그게 그 자리의 무게감이다.
다행히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보유 중인 모든 주식을 처분한다고 했다. 이 약속이 사적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고 공정한 수사를 하기 위한 첫 걸음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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