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늘어난 일회용품
편집자주
지난해 1월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에 상륙했다. 그 뒤 1년간 3차례 대유행을 겪으면서 전 국민이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였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방지 와중에 놓쳐버린 것들도 있다. 다섯 차례에 걸쳐 되짚어 본다.
"일회용 그릇에 주세요."
경기 수원시에서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는 변재도씨. 주문을 받을 때마다 이런 요청이 한두 번이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손님들 요구는 대체로 두 가지다. 하나는 '음식을 문 앞에 두고 연락만 달라', 다른 하나는 '일회용 그릇에 달라'는 것이다. 원래 배달 때 쓰는 일회용 그릇과 매장 그릇 비중이 반반 정도였는데, 코로나19 이후 7대 3 정도로 일회용 비중이 커졌다. 변씨는 "일회용 그릇 사용량이 늘면서 일회용기 구입비만 해도 한 달에 300만원 정도"라면서도 "매장 그릇은 수거 인력 비용도 있고, 손님들도 원하니 일회용 그릇을 더 많이 쓰는 추세"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일회용품이 급증하고 있다.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음식은 물론 커피까지 포장·배달이 일반화되면서다. 배달 음식점 중 거의 유일하게 그릇을 여러 번 씻어 쓰던 중국음식점까지도 코로나19를 계기로 거의 대부분 일회용품으로 교체하는 상황이다. 분초를 다투는 '배달 경제'에서 일회용만큼 편리한 소재는 없으니 예견된 결과다.
재택근무, 비대면 소비에 늘어나는 일회용품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교사 최모(36)씨는 재택근무를 하면서 일회용품 사용이 폭증하는 걸 체감했다. 최씨는 "재택근무에 들어가니 퇴근 시간 전까지는 집에서 벗어나지 말라고 하더라"며 "그 기준에 맞추려다 보니 커피 한 잔까지 시켜먹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이런 저런 다른 주문도 늘어났고, 최소주문 금액을 맞추느라 필요한 양 이상으로 주문시키는 경우도 많았다.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다 보면 일회용품 사용량이 얼추 1.5배 정도는 많아졌다는 걸 알게 됐다.
이는 환경부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코로나19로 지난해 택배는 전년 대비 19.8%, 음식 배달은 75.1% 늘었다. 이에 따라 직접 재활용이 어려운 폐플라스틱도 전년보다 14.6%, 폐비닐은 11.0% 증가했다. 2019년 전국에서 하루 평균 744톤이 나오던 폐플라스틱이 2020년에는 853톤씩 배출됐다. 이는 주택, 상가 등의 쓰레기를 수거하는 공공선별장 기준 집계다.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을 담당하는 민간선별장까지 합하면 실제 배출량은 이보다 훨씬 많아진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해 이 같은 추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리란 점이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가 종식된다 해도 사람들이 비대면 근무의 편리함을 알아버렸기 때문에 언택트가 하나의 생활 패턴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트렌드 변화에 발맞춘 새로운 폐기물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소독제, 마스크로는 부족해..."
방역용품 증가도 일회용품 폭증의 주요 원인이다. 마스크, 비닐, 가림막 등을 '방역'이라는 명목 아래 풍족하게 썼다. 플라스틱류인 폴리프로필렌(PP)으로 만든 일회용 마스크만 해도 쓰고 버리는 데 하루면 되지만, 썩는 데는 400년 넘게 걸린다.
지난해 총선과 수능은 일회용품 덕에 치를 수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총선 때는 투표소에 마련된 비닐장갑을 양손에 끼고 투표하도록 했다. 자원순환사회연대에 따르면 당시 정부가 유권자 4,400만명을 위해 준비한 비닐장갑은 한 사람당 두 장씩 총 8,800만장. 63빌딩 7개 높이(1,716m)에 달한다. 총선 투표율(66.2%)을 고려하면 약 5,800만장의 비닐장갑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수능 때는 시험장마다 아크릴 가림막이 설치됐다. 가림막은 복합 재질인데다 반투명 코팅까지 돼 있어 재활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환경단체에서 비용, 효용성을 이유로 반대했지만 '재사용하겠다'는 정부 설명에 결국 설치됐다.
당장 이번 4월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허승은 녹색연합 활동가는 "이번 선거에도 비닐장갑을 쓸 건지, 다른 대안은 없는지, 고민해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의 유권자는 약 1,143만명으로 비닐장갑을 쓴다면 산술적으로 한 손에 한 장씩 2,286만장이 필요하다.
일회용=위생, 다회용=비위생이라는 착각
카페 내 일회용컵 사용 금지도 코로나19로 인해 무너진 원칙이 됐다. 쓰레기 줄이기 차원에서 정부는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금지 정책을 강화해왔다. 지난해는 정책 3년차에 접어드는 시기여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낼 수 있으리라 기대한 해였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이 모든 걸 원점으로 되돌렸다.
한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의 경우, 감염 우려를 방지한다며 지난해 △3월 말~5월 중순 △8월 말~11월 초 △11월 24~30일 세 차례에 걸쳐 고객의 개인 컵, 텀블러를 받지 않았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직원이 손님 텀블러에다 곧바로 부어주면 되는데, 방법을 찾기도 전에 텀블러 금지부터 했다"며 "다회용은 비위생적, 일회용은 위생적이라는 잘못된 도식 탓"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코로나19 시대엔 '다회용 시스템 구축'이 필수라는 의견이 나온다. 윤순진 교수는 "그릇을 깨끗이 씻어서 재사용하는 방식이나 아이스팩 충진재를 물로 바꾸는 등 생산, 유통 단계에서부터 일회용품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승은 활동가도 "배달 용기의 두께를 줄이는 정책 정도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일회용기의 무게가 아닌 개수 자체를 줄일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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