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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 브라질...우리에게도 여전한 '기회의 땅'

입력
2021.01.23 04: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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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오늘날 세계경제는 우리 몸의 핏줄처럼 하나로 연결돼 있습니다. 지구촌 각 나라들의 역사와 문화, 시사, 인물 등이 ‘나비효과’가 되어 일상에까지 영향을 미치곤 합니다. 인문학과 경영, 디자인, 사회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진 경제학자의 눈으로 세계 곳곳을 살펴보려는 이유입니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가 <한국일보> 에 3주에 한번씩 토요일 연재합니다.


2018년 2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카니발. 한국일보 자료 사진

2018년 2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카니발. 한국일보 자료 사진


<15> 브라질은 과거도 지금도 기회의 땅이다

어떤 나라가 인근 국가 사람들에게 ‘기회의 땅’으로 여겨질 때가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이라 하여 전 세계 많은 사람이 자신의 꿈을 실현해 줄 수 있는 기회의 땅으로 여긴다. 최근 우리나라 역시 아세안 저개발 국가들에는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국에서 한두 달만 일해도 1년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많은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밀려들어오고 있다. 그런데 우리에게 좀처럼 알려지지 않은 기회의 땅이 하나 더 있다. 다름 아닌 ‘브라질’이다.


포르투갈, 사탕수수·금 등으로 브라질서 기회 잡아


브라질에서 가장 먼저 또 다른 기회를 찾으려 했던 나라는 포르투갈이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라틴아메리카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지 2년 뒤인 1494년, 알렉산더 6세 교황 주제 아래 지도상에서 대서양을 수직으로 갈라서 동쪽은 포르투갈이, 서쪽은 스페인이 지배하는 토르데시야스 조약(Treary of Tordesillas)을 맺는다.

그런데 조약이 맺어진 1494년 당시에는 남미 대륙에 브라질 지역의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다. 일부 학자들은 당시 항해술이 스페인보다 발달한 포르투갈이 브라질 지역의 존재를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숨겼다는 의견들도 있다. 무엇이 진실이든 간에 브라질 지역은 토르데시야스 조약(Treary of Tordesillas)을 기준으로 동쪽에 위치하였고, 결국 포르투갈의 지배 아래 놓이게 되었다.

포르투갈 왕실은 16세기 후반부터 브라질을 직접 개발하기로 결정하고, 이때부터 본격적인 이주가 시작된다. 당시 포르투갈 왕실은 브라질 이민을 적극 육성하기 수익률이 높은 투자 대상을 찾아야만 했다. 이때 주목받은 것이 바로 설탕이다.

설탕 재배는 노동집약적인 산업으로 많은 노동력이 필요로 한다. 이 때문에 초창기 포르투갈인들은 남미 대륙 원주민들은 노예로 잡아 오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원주민들은 홍역과 천연두와 같은 전염병에 걸리게 되었고, 많은 원주민이 떼죽음을 당하자 포르투갈 본국에서는 원주민을 노예로 삼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되기도 하였다.

원주민 노동력을 지속적으로 활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포르투갈인들은 새로이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야만 했다. 이때 이들이 주목한 대상은 아프리카 원주민들이었다. 하지만 아프리카 원주민들도 혹독한 사탕수수 노동 현장을 견디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에서 잡아 온 원주민들은 몇 년 안에 죽는 경우가 허다했고, 결국 더 많은 아프리카 원주민을 잡아 오는 악순환만 계속되었다. 오늘날 브라질 인구구조가 백인 45%, 백인과 흑인의 혼혈인 물라토 45%, 흑인 8~9%로 구성된 배경도 이러한 역사적 과정 때문이다.

리우 예수상 앞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 기뻐하는 브라질인. 연합뉴스

리우 예수상 앞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 기뻐하는 브라질인. 연합뉴스



브라질, 한때 포르투갈 보다 더 부강


리우데자네이루 인근 지역에서 금광이 발견되면서 포르투갈인들의 브라질 유입은 더 늘어났다. 18세기 초 유럽 포르투갈 본토의 인구가 200만명 수준인 데 반해, 브라질로 이주한 인구가 40만명 수준에 달하게 되었다. 18세기 중반에 이르러서는 유럽 본토의 포르투갈보다 브라질이 경제적으로도 더욱 부강한 상황이 되었다.

포르투갈 본토는 브라질의 이 같은 급격한 발전을 처음에는 그냥 지켜만 봐왔다. 브라질과 포르투갈 본토 간의 거리가 워낙 원거리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통제가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당시 포르투갈 지배층은 브라질이 경제적으로 발달하면서 더 많은 세금만 납부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앙 6세 포르투갈 국왕이 나폴레옹의 침략을 피해 1807년 왕실을 브라질로 옮기면서 포르투갈 지배층의 생각은 달라지게 됐다. 왕실을 식민지인 브라질에 빼앗긴 포르투갈 본토의 지배층들은 다시 국왕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시도한다. 특히 왕이 사라진 사이에 포르투갈 본토에서는 자유주의자들이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고, 브라질과의 경제적인 격차는 더더욱 벌어지고 있었다.

결국 당시 국왕인 주앙 6세는 본토의 여러 귀족들의 요청에 의해 1821년 포르투갈 본토로 돌아가게 되었고, 브라질의 통치는 아들인 페드루에게 맡긴다. 국왕이 돌아오자 본토의 귀족들은 브라질에 강압적인 세금과 억압적인 차별정책을 실시하였다. 특히 브라질의 모든 영토를 포르투갈에서 직접 통치하는 법안마저 준비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브라질인들은 결국 1822년 브라질 독립을 선언하고, 페드루를 황제로 추대한다. 만약 주앙 6세가 포르투갈 본국으로부터의 귀국 요청을 거절하고 그대로 브라질에 남아 있었더라면, 오늘날 브라질은 어쩌면 포르투갈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1900년대 들어 기회는 일본에게...우리에게도 기회의 땅


1900년대 들어 브라질에서 기회를 모색한 사람들은 다름 아닌 일본인들이다.

일본은 가난한 농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브라질 이민을 적극 장려하였다. 농업에 적합한 브라질의 기후 환경을 바탕으로 국가 차원에 적극적인 홍보 때문에 1908년부터 시작된 브라질 이주는 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지속되었고, 1970년대까지 지속되어 오늘날 일본인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일본 밖의 지역이 브라질이 되었다. 2018년까지 브라질에 이주한 일본인 수는 150만 명에 달한다.

일본인 이민자들은 브라질에서 감, 사과, 딸기, 무, 고추 등 수십 종류의 작물을 경작하기 시작했고, 브라질 현지 농민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일본인들은 농업협동조합을 조직해 생산한 농산물의 유통 및 판매망을 구축하는가 하면, 농업 조합원들의 복리후생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혁신적인 농업 경영을 브라질에 전파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브라질은 지금도 여전히 기회의 땅이다. 브라질 국토 면적은 남미대륙의 47.3%를 차지하고 있으며, 한반도의 37배에 달하는 러시아, 캐나다,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5위의 규모를 자랑한다. 브라질은 광활한 영토 덕분에 다양한 천연자원을 확보하고 있다. 브라질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식량자원 수출국이며 석유, 철강, 천연가스 등 주요 자원 대부분을 자급이 충분할 만큼 보유하고 있다. 인구 규모 또한 2억 1천만명 수준으로 세계 5위이다.

브라질 경제 잠재력이 넓은 영토와 풍부한 천연자원 때문만은 아니다. 자원이 풍부할 뿐 아니라, 중화학 공업을 비롯한 제조업 기반이 갖춰져 있어 제조업이 발달할 수 있는 전후방 기본조건도 잘 만족시킨다.

브라질의 경제적 위상이 남미를 넘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수준이다 보니, 인근 중남 국가 주민들로 하여금 브라질은 그야 말로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면서 인근 남미국가로부터 다양한 이주민들이 유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브라질은 에콰도르와 칠레를 제외한 남아메리카의 모든 국가와 국경을 접하고 있어 브라질 유입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점도 크게 작용하였다.

브라질이 기회의 땅인 것은 우리나라에게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주력 산업 부분에 해당하는 자동차, 화장품, 의료기기 분야에서 의료기기 분야 세계 6위, 화장품 분야 세계 4위, 자동차 생산량 세계 10위를 기록하는 등 높은 시장성을 담보하고 있는 세계적인 소비 시장이기 때문이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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