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거부했던 '핵감축 협정 5년 연장' 추진키로
동시에 러시아 해킹 등 조사 착수…관계 경색 예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러시아를 어떻게 다룰지 대강의 윤곽이 드러났다. ‘당근과 채찍’ 병행 전략이다. 양국간 핵무기 감축 협정 연장을 제안하면서도 러시아의 ‘인권침해’ 문제는 분명히 따져 묻겠다고 공언했다. 친(親)러시아 일변도였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는 다르게 관계를 설정하겠다는 의미라 러시아의 대응이 주목된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1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미국은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ㆍ뉴스타트)’의 5년 연장을 추진하겠다”며 “이는 러시아와 관계가 지금처럼 적대적일 때 더 이치에 맞다”고 말했다. 내달 5일 만료를 앞둔 뉴스타트는 양국의 핵탄두 수를 각각 1,550기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핵심 군비감축 협정이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협정 대상에 중국을 포함해야 한다는 이유로 연장을 거부해왔다.
바이든 행정부의 결정으로 파기 목전에 놓였던 뉴스타트는 연장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데릴 킴볼 미 군축협회(ACA) 사무국장은 “무기 통제 이슈와 관련해 미국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러시아도 그간 5년 연장 의사를 밝혀온 만큼 협상 타결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크렘린궁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전날에도 “바이든 행정부가 협정 연장을 위한 정치적 의지를 보여주면 환영할 수밖에 없다”는 의중을 거듭 내비쳤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워싱턴 주재 러시아 대사관 측의 논평은 나오지 않았지만 양국 갈등에도 전ㆍ현직 정부 관계자들은 신속한 합의를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최대 외교 숙제 하나가 풀렸지만, 그렇다고 관계 전망이 밝은 것 만은 아니다. 사키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의 무모하고 적대적인 행동에 대해 책임을 물을 준비가 됐다”는 말도 곁들였다. 국가정보국(DNI)이 러시아의 미 연방기관 대규모 해킹, 러시아 야당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독살시도,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살해 사주 등 각종 의혹을 본격적으로 조사하겠다는 계획이다. 임기 내내 무개입으로 일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보를 뒤집겠다는 선언과 같다.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러시아와 생산적 관계를 도모하려던 전임자와 달리 행정부 출범 초기 러시아에 징벌적 조치를 검토하는 바이든의 계획은 독특하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바이든 행정부 역시 중국을 포함한 군비통제 협정을 최종 목표로 두고 있어 뉴스타트 연장은 그 발판일 뿐이라는 해석도 내놓는다. 시민단체 ‘미국을 위한 외교정책’은 “뉴스타트 연장은 핵무기 통제 노력의 토대는 물론, 모스크바와의 회담 기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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