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배상으로 이어질 지는 불투명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12명이 일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승소한 판결이 23일 확정된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장관은 22일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모테기 외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항소 시한까지 시간이 남아) 아직 가정의 얘기지만 어쨌든 항소는 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판결이 확정되면 우리(일본 정부)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실하게 밝히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판결은 23일 0시에 확정된다. 민사소송법에선 1심 판결에 불복하는 당사자는 판결문을 송달 받은 날로부터 2주 이내에 항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는 판결 선고일이었던 지난 8일 판결문을 공시송달해, 이에 따라 9일 0시부터 송달 효력이 발생했다. 일본이 항소하려면 23일 0시까지 해야 하지만, 그 전에 미리 포기 의사를 밝힌 셈이다.
공시송달은 통상의 방법으로 서류를 전달할 수 없을 때, 송달할 서류의 취지를 법원게시판에 공고해 송달과 동일한 효력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거듭 소송에 불응하면서, 재판부는 지난해부터 공시송달로 재판을 진행했다. 일본 정부는 ‘한 국가의 법원이 다른 국가를 소송 당사자로 삼아 재판할 수 없다’는 국가(주권)면제론을 내세워 재판에 응하지 않았다. 이날 모테기 외무장관이 항소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취지다.
재판부는 지난 8일 일본 정부에 “피해자 1명당 1억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지만, 실제 배상이 이뤄질 지는 불투명하다. 현재로선 일본 정부가 판결내용을 이행할 가능성이 없어, 피해자들이 배상금을 받으려면 강제집행 절차를 밟아야 한다. 즉, 국내에 있는 매각 가능한 일본 정부 자산을 찾은 다음, 법원에 해당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 신청’을 별도로 제기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산을 찾는 것도 어려울 뿐아니라, 찾는다고 해도 현금화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법원의 자산 압류 및 매각명령이 확정돼야 일본 정부의 자산을 현금화할 수 있는데, 일본 정부의 공시송달 거부로 이 또한 공전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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