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첫 경제 처방은 막대한 돈풀기
연초 美실직자 100만명 육박...
2021년 정부 부채, 그리스·이탈리아 수준까지?
옐런 "부양책 혜택이 비용보다 더 크다"
“미국의 여러 세대에 걸쳐 조 바이든 대통령이 가장 어려운 경제를 물려받게 됐다.”
미 언론은 한 목소리로 경각심을 강조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전쟁 외에도 바이든 대통령 앞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인 경제를 일으켜야하는 난제가 놓여있다. 펄펄 끓는 자산시장과 달리 얼어붙은 실물지표야말로 최우선 과제다. 새 행정부는 과감한 재정지출을 바탕으로 경제 회복 드라이브를 건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부채 수준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막대한 돈 풀기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바이드노믹스(Bidenomics)'가 처한 현실과 쟁점을 짚어본다.
①악화일로 메인스트리트
1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로 미국 경제는 말 그대로 ‘만신창이’가 됐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선서를 하던 순간 뉴욕 3대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월스트리트가 ‘나홀로 호황’을 누리는 것과 달리, 메인스트리트(실물경제)는 악화일로다.
가장 큰 문제는 일자리다. 새해 첫 주 미국에서 실업수당을 새로 신청한 실직자는 100만명에 육박(96만5,000건)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작년 미국에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940만명)이 금융위기(500만명)를 넘어섰다”고 전했다. 특히 저임금 근로자, 여성, 흑인 등 취약계층의 실직이 크게 늘면서 경제불평등도 고착화하고 있다. 12월 소매판매 역시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연말 쇼핑대목에도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실물경제 버팀목인 소비가 부진해진 까닭이다. 고용ㆍ소비시장이 식으면서 기업 역시 위태롭게 버티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까지 창궐하며 미 경제가 더블딥(경기 일시 회복 후 재침체)에 빠질 것이란 암울한 전망마저 나온다. 스티븐 로치 예일대 명예교수는 CNBC에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5% 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②바이드노믹스 첫 단락은 ‘돈 풀기’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은 돈 풀기를 선택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일은 크게 행동하는 것(Big Act)”이란 재닛 옐런 재무장관 지명자 발언에는 새 행정부 경제 기조가 함축돼 있다.
이미 취임 직전 1조9,000억달러(약 2,091조원) 규모 경기부양안을 발표하며 △재정지출 확대 △증세 △규제 강화 △복지확대라는 ‘바이드노믹스’ 첫 단락을 열었다. 특히 1인당 1,400달러 지급, 실업수당 확대 등 서민층을 직접 겨냥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단 의미로 풀이된다. 정부가 재정적자 우려에 소극적으로 대응했고, 그나마 과실마저 노동자보다 금융사로 흘러가면서 불평등이 확대됐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당시 미 정부는 8,000억달러(약 880조원) 부양안을 내놨다. ‘오바마 경제교사’이자 부양안을 설계했던 제이슨 퍼먼 하버드 케네디스쿨 교수는 CNN에 “당시 '부양안이 너무 크다'고 생각한 게 후회된다”며 “이번 대책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결심”이라고 강조했다.
구상이 현실화하면 미 경제는 한숨 돌리게 된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6.7%(12월)인 실업률이 올해 말 4.5%로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③부채ㆍ인플레이션 우려
그러나 과도한 돈풀기는 부작용을 수반한다. 지난해 미국 부채가 9조달러(국제금융협회 추정)나 늘어난 상황에서 또 빚을 늘릴 경우 ‘부채 쓰나미’가 몰려올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의회예산처 역시 2021회계연도 정부 부채가 GDP의 10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만성 부채에 시달리는 그리스, 이탈리아와 비슷한 수준으로, 코로나19 이후 후유증이 남을 거란 의미다. 공화당도 채무 증가를 이유로 의회 통과에 부정적이다.
새 행정부는 위험을 떠안고서라도 대규모 재정지출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옐런 지명자는 “지금 나라 빚을 걱정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부양책 혜택이 비용보다 더 크다는 주장이다. 제로(0) 금리 역시 부담을 줄여줄 것으로 봤다.
그러나 돈 풀기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가 재정을 늘리기 위해 국채를 대거 발행하면 공급이 늘면서 가격은 하락(채권금리 상승)한다. 이미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1%선을 넘었다. 시중에 돈이 잔뜩 풀린 상황에서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설 경우 물가상승 압력도 커진다. 월가에선 “한 세대 만에 처음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미국 기대인플레이션율 역시 최근 2.1%까지 올라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 목표치(2%)를 넘어섰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 연준이 금리 인상 방아쇠를 예상보다 빠르게 당길 수도 있다. ‘인플레이션→금리인상→과열된 자산시장 치명타’의 연쇄고리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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