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대회 참가 선수 놓고 구단ㆍ협회간 갈등
구단 “자가격리로 대표팀 선수 장기간 리그 불참, 순위권 경쟁에 불이익”?
협회 “리그 배려, 대표팀 경쟁력 높인 선발”, 대표팀 수뇌부 동반 사퇴
코로나19 사태가 국제대회에 참가할 농구 국가대표팀 구성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소속선수를 파견하는 남자프로농구(KBL) 구단은 “대표팀 선수는 대회 후에도 자가격리 기간을 거쳐야 해 장기간 리그 참가가 어렵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대표팀 사령탑은 “최대한 배려한 선수 구성인데도 불만이 나오는 게 아쉽다”며 대회 이후 사퇴 의사까지 밝힌 상태다.
24일 대한민국농구협회에 따르면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예선이 다음 달 18일부터 22일까지 필리핀에서 열린다. 24개국 6개조 나뉘어 경기를 펼치는데, 한국은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과 같은 조를 이뤘다. 조 당 상위 2개 팀에게 본선 티켓과 함께 2023년 세계 남자농구 월드컵 출전권이 주어진다. 지난해 11월 국제대회에는 불참을 결정했던 농구협회는 이번 대회는 참가하기로 하고, 대표팀 명단을 22일 확정했다. KBL리그가 진행 중인 상황을 고려해 10개 프로구단에서 각각 1명씩과 상무 강상재, 용산고 여준석 등 12명으로 팀을 꾸렸다.
문제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해 대표팀 선수들은 대회 참가 후 귀국해 2주간 자가격리를 거쳐야 한다는 점이다. 사실상 6강 플레이오프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3월 둘째 주까지 리그를 불참해야 하는 것이다. 대표팀으로 선발된 부산 KT 허훈은 “모든 농구 선수의 꿈은 국가대표이지만, 선수로서 코로나19가 부담이 되고 두려운 것은 사실”이라면서 “2주 자가격리로 제대로 몸 관리를 할 수 없다. 치열한 중위권 싸움 속에 한 라운드를 포기해야 하는 기간이다”고 복잡한 속내를 밝히기도 했다.
KBL 일부 구단에선 “이번 대회에 맞붙는 상대가 대체로 약체국인데, 굳이 리그에 지장을 주는 주축 선수로 대표팀을 구성할 필요가 있느냐”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당초 농구협회는 이런 논란을 예상해 구단 저연차 선수와 대학리그ㆍ상무 소속 선수 위주로 대표팀을 구성하는 방안을 고려했지만, 가능한 최정예 선수 차출로 방향을 바꿨다. 고양 오리온 강을준 감독이 “할 말은 많지만 참는다”고 불만을 표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협회에선 종합적인 판단을 한 공정한 선수구성이라고 항변한다. 선수선발을 주도한 추일승 협회 산하 경기력향상위원장과 김상식 대표팀 감독은 “리그에 줄 영향을 감안해 공평하게 팀당 1명씩 차출한 것”이라며 “2진급으로 대표팀을 구성했다가 이변의 희생양이 될 경우,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리그 배려와 동시에 대표팀 경쟁력을 높인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이들은 대표팀 구성과 관련한 논란을 납득할 수가 없다며 대회를 마치고 동반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농구계에선 보다 명확한 선수 구성 원칙을 확정한 후 KBL, 구단 등에게 충분한 설명과 협의하는 과정을 거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방송사 해설위원은 “결국 코로나19라는 변수가 만든 불협화음”이라며 “모두가 만족스러운 대표팀 구성은 있을 수 없겠지만, 사전에 객관적인 선수선발 원칙을 수립한 후 심도 깊은 논의를 했다면 이런 불필요한 논란을 겪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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