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음성확인서 요구 등으로 입국 지연 히드로 공항
사회적 거리두기 불가능해 야권 "정책 실패" 지적
영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10만명에 육박한 가운데 런던 히드로국제공항에 인파가 몰린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퍼지면서 확산세가 더욱 증폭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영국 정부가 코로나19 해외 유입을 막기 위한 출입국심사를 강화하면서 검역 인력은 충분히 충원하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공항 이용자들은 '슈퍼 전파가 우려된다'는 글과 함께 공항 사진을 잇따라 SNS에 게시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피터 웨스트매콧 전 영국대사 등의 트위터 게시물을 소개하며 "히드로국제공항의 입국심사 줄이 연일 길어지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고 전했다.
미국·터키·프랑스 주재 영국 대사를 지낸 웨스트매콧 전 대사는 이날 트위터에 히드로공항 제2터미널의 사진을 공유하고 "환기 안 됨, 길어지는 대기시간, 슈퍼 전파"라고 적었다. 또 영국 ITV '굿모닝 브리튼' 기자 리처드 가이스포드는 관련 동영상과 함께 "뱀이 똬리를 튼 것처럼 긴 줄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 상황이 코로나19로부터 승객을 보호할 수 있는 체계로 보이지 않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진과 영상이 SNS에 퍼지자 영국 제1야당인 노동당의 닉 토마스 시몬스는 "집권 보수당의 우유부단함과 무능함이 영국 방역에 큰 구멍을 남겼다"며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심각한 가운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매우 걱정스러운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히드로공항의 자동입국심사 부스는 폐쇄된 상태로, 입국 절차는 수작업으로만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공항에서 거리두기를 준수하는 것은 개별 공항의 몫"이라는 입장이지만 히드로공항 측은 영국 내무부 산하 국경통제국(Border Force)이 출입국 관리를 책임지고 있다고 항변했다. 히드로공항 측은 "지난해 5월부터 공항 내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정부에 전달해 왔다"면서 "이론상으로는 300명이 탑승하는 항공기 한 대만으로도 1㎞의 대기열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9만6,000명을 넘어선 상태다. 미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사망자 수로는 142.53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영국 정부는 지난 18일부터 모든 입국자들이 72시간 이내의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를 제출하고 10일간 자가격리하게 했다. 위반 시에는 500파운드의 벌금이 부과된다. 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고위험 국가에서 오는 입국자들은 지정된 호텔에 10일간 격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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