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이상 1차 접종 후 코로나19 양성률 33% 감소
국제선 항공 중단으로 변이 차단·백신 효과 극대화
이스라엘이 인류의 명운을 건 ‘실험’을 진행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물리칠 유일한 무기인 ‘집단면역’에 최대한 빨리 도달하기 위해 나라 자체를 실험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인구당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다른 나라는 발끝에도 못 미칠 정도로 압도적 1위다. 드러난 결과만 보면 이스라엘이 코로나19와의 전투에서 승리한 첫 번째 나라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이스라엘이 패배하면 감염병 종식은 그만큼 멀어질 수밖에 없다. 세계의 눈이 이스라엘에 쏠려 있는 이유다.
집단면역을 위해선 전 인구의 최소 70%가 항체를 보유해야 한다. 이스라엘은 이 숫자를 향해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24일(현지시간)까지 벌써 258만6,000여명이 1차 접종을 마쳤다. 이스라엘 인구(900만명)의 28%에 달한다. 그 중 109만9,000여명은 2차 접종까지 끝냈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통계 사이트 ‘아워 월드 인 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기준 이스라엘 인구 100명당 백신 접종 건수는 41.8명으로, 아랍에미리트(25.1명), 영국(10.1명), 바레인(8.5명), 미국(6.2명)에 멀찌감치 앞서 있다. 이스라엘은 실시간 백신 접종 데이터를 화이자ㆍ바이오엔테크에 제공하는 조건으로 조기에 대규모 물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초기 접종 결과도 비교적 긍정적이다. 최근 이스라엘 보건기관 클라릿이 백신을 맞은 60세 이상 국민 20만명과 백신을 투여하지 않은 대조군을 비교ㆍ추적한 결과, 1회 접종 이후 2주 만에 코로나19 양성 반응 비율이 3분의 1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60세 이상 국민의 접종 비율이 40%에 이른 뒤에는 위독 환자 비율이 2주 만에 30%에서 7%로 감소했다. 당시 백신 접종율이 낮았던 44~55세에서 20~40%로 일정하게 유지됐던 것과 대조된다. 백신을 맞는 게 더 낫다는 얘기다.
이스라엘은 여기서 안주하지 않았다. 백신 효과를 극대화할 목적으로 위험 요소를 더욱 더 통제하고 있다. 지난달 시작된 3차 전국 봉쇄를 31일까지 연장한 데 이어 25일부터 일주일간 하늘길을 통째로 틀어막는다. 화물 운송, 소방, 의료, 장례 같은 특수 목적을 제외하고는 국제선 항공 운항이 전면 중단됐다. 영국ㆍ남아프리카공화국ㆍ브라질발(發) 변이 바이러스를 차단하려는 극약처방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변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고 백신 접종 속도를 높이기 위해 하늘을 밀봉하듯 닫기로 했다”고 밝혔다.
백신 접종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고령층과 감염 고위험군을 넘어 최근에는 40세 이상 국민도 백신을 맞기 시작했고, 23일부터는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16~18세 고교생과 임신부에게도 접종을 하고 있다. 하루 접종 건수는 20만명에 육박한다. 현재 속도라면 내달 말까지 성인 인구 80%가 2차 접종을 끝낼 수 있다. 이스라엘 과학자들은 3월 초가 되면 사망자가 확연히 줄어들 거라 전망하고 있다.
물론 빈틈도 있다. 바로 미성년자 백신 접종 문제다. 현재 출시된 백신은 16세 이상에만 접종을 권장한다. 어린이는 코로나19에 감염돼도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전염력까지 낮은 건 아니다. 최근 12세 이하 미성년자에 대한 백신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데 첫 결과는 여름 즈음 나온다. 사용 승인은 내년이나 돼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어린이도 백신을 맞을 수 있을 때까지는 어른들이 기꺼이 소매를 걷어붙여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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