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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좁은 집으로, 더 외곽으로 내몰리는 '도미노 전세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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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좁은 집으로, 더 외곽으로 내몰리는 '도미노 전세난'

입력
2021.01.27 04: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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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법 시행 6개월
계약 갱신 실패 시 갈 곳 없는 세입자들
임대차 분쟁은 나날이 증가

지난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지난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 서울 영등포구의 전세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모(57)씨는 요새 잠을 못 이룬다. 임대차 계약이 내년 4월 만료되는데 집주인이 일찌감치 실거주를 엄포했기 때문이다. 2016년 전세 6억원에 이사한 후 4년간은 묵시적 갱신이 이뤄졌지만 지난해 7월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자 집주인은 갑자기 실거주로 생각을 바꿨다.

문제는 돈이다. 서울에서 4인 가구가 살만한 6억원짜리 아파트 전세를 찾는 건 거의 불가능이다. 서울 외곽으로 시야를 넓혀도 마찬가지다. 빚을 낼 수도 있겠지만 은퇴가 코 앞이라 원금은커녕 이자 갚을 길이 막막하다.

결국 김씨도 집주인과 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본인 소유 중소형 주택에 사는 세입자의 계약갱신을 거절하고 그곳에 들어가는 것이다. 온 가족이 살기엔 터무니없이 비좁고 낡았지만 다른 방법이 없는 상태다. 김씨는 "집을 팔 수도 있지만 양도소득세를 고려하면 더 좁은 곳만 매매 가능하다"며 "지금 내 집에 사는 세입자도 난처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고 한탄했다.

#. 경기 고양시의 반전세 주택에 사는 이모(46)씨는 비좁은 자가조차 부러운 상황이다. 이씨는 3기 신도시 '고양 창릉지구' 청약을 기다리며 2019년 9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45만원으로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당시 집주인은 4년 이상 살 수 있다고 말했으나 이달 돌연 월세를 120만원으로 올리지 않으면 실거주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씨는 당장 갈 곳을 못 찾고 있다. 그는 "얼마 전 22개월 된 아이가 다닐 어린이집 배정을 어렵게 받았는데 이사를 가게 되면 어린이집을 다닐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며 "직장과 멀어지고 청약도 힘들어질 위기인데 집 없는 처지가 너무 서럽다"고 말했다.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일명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이 시행됐지만 도시 세입자들은 전세난이 나아지지 않았다고 호소한다. 법 시행 후 6개월이 흐르는 동안 전셋값은 무섭게 올랐고 매물 부족은 계속되고 있는 탓이다. 게다가 집주인이 실거주를 주장하면 방어막도 없다.

전세난에 허덕이는 세입자들은 더 작은 면적으로, 점점 더 외곽으로 연쇄적으로 밀려나고 있다. 동시에 임대차 분쟁은 나날이 증가 중이다.

24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매물란이 비어 있다. 뉴시스

24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매물란이 비어 있다. 뉴시스


전월세 계약 갱신율 73%? 갱신 실패한 세입자는 전전긍긍

2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개정 주택임대차법 시행 직후인 작년 8월 대비 4.12% 상승했다. 한 해 전 같은 기간(0.71%) 대비 상승폭이 6배 가까이 커졌다. 새해에도 전셋값은 계속 상승곡선을 그려 이달 18일과 지난달 28일을 비교하면 0.75% 높아졌다.

전세 급등에도 여당은 태평하다. 과거보다 임차인 주거가 안정됐단 이유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17일 논평에서 "지난달 3주차 서울 전세 2억~10억원 중저가 단지 100곳을 분석한 결과, 전월세 통합갱신율이 73.3%로 집계됐다"며 "주택임대차법 시행 이전 1년간 평균 통합갱신율(57.2%) 대비 16.1%포인트 상승한 수치"라고 밝혔다.

법 취지가 좋고 갱신율 상승 효과가 발생했어도 갱신을 못한 나머지 26.7%가 문제다. 2년 전 전셋값으로는 현재 사는 곳과 비슷한 수준의 집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2018년 12월 대비 12.29% 급등했다. 평균 전셋값도 2018년 12월 4억6,277만원이었으나, 2년이 지난 지난달에는 5억7,582만원으로 뛰었다.

계약 갱신 실패자는 외곽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통계청의 국내이동통계도 이를 방증한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300만5,000명이 집 문제로 주거지를 옮겼다. 전년 대비 24만7,000명이 늘어났다. 특히 서울시민 7만9,600명이 주택 때문에 순유출(전출-전입)됐다.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과 임대차 계약기간 관련 분쟁 및 상담 수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과 임대차 계약기간 관련 분쟁 및 상담 수


커지는 집주인 세입자 갈등... "해결책이 없다"

임대차 기간을 둘러싼 갈등은 커지고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계약갱신·종료' 분쟁은 총 122건으로, 전년(43건) 대비 3배 가까이 늘었다. 이 중 90.2%(110건)는 개정 주택임대차법 시행 이후인 지난해 8월부터 접수됐다. 공단이 지난해 상담한 임대차 기간 관련 문제도 9,833건이나 됐다.

임대차 분쟁이 법원까지 가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서 조정 개시된 분쟁 414건 중에서 26건(6.3%)이 조정 불성립됐다. 이는 전년(5.4%) 대비 0.9%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세입자나 집주인이 조정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은 비율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이 경우 민사소송을 통해 시시비비를 따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세입자 주거 하향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일단 2년간의 단기적인 혼란을 버티더라도, 중장기 공급물량이 부족한 상황인지라 또 다시 전월세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며 "당장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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