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한때 당연했던 일상이 당연하지 않은 것이 됐다. 학교, 직장, 여가생활은 비대면으로 바뀌었고 사회 모든 영역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코로나19에 정신없이 당하기만 했던 2020년이 지나고, 인류는 백신을 통해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영국, 미국 등 세계 각국은 이미 백신 접종을 시작했고, 우리 정부도 오는 2월부터 순차적으로 접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백신 접종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생각은 어떠할까? 그리고 과연 접종이 마무리된 이후 우리의 삶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팀은 2021년 1월 8일부터 11일까지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과 일상생활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백신 확보 및 접종 준비, 잘하고 있다' 49%, '정보 공개 투명하지 않다' 40%
정부의 백신 확보 및 예방접종 준비에 대해 물은 결과, 49%가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같은 시점의 대통령과 정부가 코로나19에 대응을 잘 하고 있다는 응답(55%)보다 낮은 수치이다. 코로나19 방역보다 예방접종 준비에 대한 평가가 더 부정적인 것이다. 그 이유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은 접종 시기와 정보 공개 부족에서 찾을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정부의 백신 도입 결정은 성급하게 이루어지고 있다’에 공감하는 비율은 32%에 그쳤다. 또한 ‘정부는 백신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에 동의하는 응답 역시 49%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예방접종 하겠다는 응답 67%, 작년 7월 이후 하락세
정부는 올해 2월부터 백신 접종 예약을 받아 순차적으로 접종을 시행할 계획이다. 이번 조사에서, 예방접종을 할 것이라는 응답은 67%로,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24%)보다 높았다. 특히 여자(62%)보다는 남자(72%)가, 연령대가 높을수록(20대 51%, 60세 이상 79%) 예방접종을 하겠다는 응답이 높았다.
다만, 예방접종을 하겠다는 응답은 점차 감소하는 추세이다.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7월 31일~8월 3일 진행한 조사(https://hrcopinion.co.kr/archives/16145)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87%가 예방접종을 하겠다고 답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27일~30일 조사(https://hrcopinion.co.kr/archives/17025)에서는 접종하겠다는 응답이 83%로 낮아진 데 이어, 이번 조사에는 67%까지 떨어졌다. 다섯 달 만에 접종하겠다는 응답이 20%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특히 20대는 82%에서 51%로, 30대는 83%에서 53%로 30%포인트나 떨어져 하락폭이 특히 컸다.
이유는 백신 안전성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27일~30일 조사에서, 예방접종을 망설이는 이유로 예방접종 이상반응 혹은 부작용 때문이라고 답한 응답이 77%로 '코로나19 고위험군에게 양보'(34%)하거나, '접종 비용이 부담된다'(23%)는 응답보다 높았다. 여기에 더해, 이번 조사에서 매체를 통해 접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회의적인 견해가 나의 백신 태도에 영향을 준다는 데에 67%가 동의하였다. 먼저 예방접종을 시작한 다른 국가에서 발생한 백신 부작용 사례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예방접종 의향을 떨어뜨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접종' 60%, '백신 제조사별로 안정성과 효능에 차이' 74%
백신 예방접종 시기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예방접종을 할 것이라는 응답(60%)이 최대한 빨리 예방접종을 할 것이라는 응답(35%)보다 높았다. 상대적으로 코로나19가 중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덜한 40대 이하에서는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난 후 접종을 하겠다는 응답이 70%에 이르는 반면, 60세 이상은 최대한 빨리 접종을 하겠다는 응답이 51%로 높았다. 또한 여자(66%)가 남자(54%)보다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난 후 접종을 하겠다는 응답이 높았다.
백신 안정성과 효능에 대한 신뢰도 역시 연령대와 성별로 차이를 보였다. 전체 응답자의 60%가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을 신뢰한다고 답했는데, 최대한 빨리 접종을 하겠다는 응답이 가장 높은 60세 이상에서는 71%가 백신의 안전성 및 효능을 신뢰한다고 답해 다른 연령대보다 높았다. 반면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높아졌는데, 20대에서는 45%만이 백신의 안전성 및 효능을 신뢰한다고 답했다. 또한 남자(64%)가 여자(55%)보다 백신 안전성 및 효능을 신뢰한다고 답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결과는, 모더나,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등 백신 제조사별로 효능이나 안정성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는 응답이 74%로 높다는 점이다. 각 제조사별 백신 도입 시점이 다르고, 보건 당국이 개인이 맞고 싶은 백신을 선택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인식은 전 국민 대상 원활한 백신 접종을 지연시킬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최대한 빠른 시기에 많은 물량을 확보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예방접종을 서두르는 전략보다는, 접종 초기에 백신의 안전성을 국민들에게 충분히 납득시키는 전략이 더 효과적이라고 보여진다.
백신 전국민 의무접종 57%, 백신 무료접종 62%
만 18세 이상 남녀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의무적으로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는 응답이 57%로 개인 선택에 맡겨야 한다는 응답 38%보다 높았다. 이 역시 연령별로 차이를 보였는데, 60세 이상에서는 70%가 의무적으로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고 답한 반면, 20대는 43%, 30대에서는 49%만이 의무 접종에 동의했다. 종합하자면, 연령대가 높을수록 백신 신뢰도가 높고 가능한 빨리 예방접종을 하고 싶으며, 전 국민이 모두 의무적으로 접종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반대로 연령대가 낮을수록 백신 신뢰도가 낮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접종을 하고 싶으며, 그마저도 의무가 아니라 개인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다.
접종 비용에 대해서는 무료 접종이 62%, 일부 집단을 제외하고 백신을 맞는 사람이 적정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응답이 34%였다. 조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 1월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전 국민 백신 무료접종을 시행하겠다고 밝힌 점을 감안할 필요는 있으나, 무료 접종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이다.
'6개월 후 일상생활 회복' 60-70%대, '1년 후 일상생활 회복' 80% 이상
접종 후 일상은 어떻게 바뀔 것으로 기대하고 있을까? 6개월 후의 일상생활 변화를 전망해 본 결과, 외출, 지인과의 모임·회식, 외식 등 해외여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항목에서 어느 정도 일상을 회복할 것이라는 의견이 70%대로 높았다. 예방접종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1월의 일상생활 변화 전망 역시 해외여행을 제외하고는 어느 정도 일상을 회복할 것이라는 데에 응답자의 90%가량이 동의하였다. 다만 어디까지나 어느 정도의 회복이지, 코로나19 이전으로 완전히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아니었다. 6개월 후 주요 일상이 코로나19 이전으로 완전히 회복될 것이라는 응답은 10%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1년 후 주요 일상이 코로나19 이전으로 완전히 회복될 것이라는 응답 역시 30%를 넘지 않았다. 접종이 진행되더라도, 최소 1년은 어느 정도의 불편함을 계속 감수해야 한다는 인식인 것이다.
코로나19 백신은 분명 현재 상황을 개선시켜주고, 일상생활을 어느 정도 회복시킬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접종 대상에 유아 및 청소년이 빠져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집단면역을 생성하기 위해서는 성인 남녀 대다수가 예방 접종을 해야 한다. 하지만 접종 의향은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으며 백신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높은 상태다. 본격적인 백신 접종을 앞둔 지금, 효과적인 접종 진행을 위한 방역당국의 지혜와 노력이 절실하다.
이소연 한국리서치 여론본부 연구원
이동한 한국리서치 여론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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