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수사 멈추란 얘기냐" 부적절 발언 논란
측근 금품수수 관리 부실 지적에 "불찰"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5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검찰이 수사 중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출금)’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옮겨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수처 사건 이첩 권한도 없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검찰이 수사하면 안 된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박 후보자는 2018년 발생한 측근 금품수수 사건과 관련해선 “불찰인 측면이 있다”며 측근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점을 인정했다.
"김학의 사건 공수처로 이첩해야"
이날 청문회에선 박 후보자에게 검찰개혁 관련 질의가 쏟아졌다. 최근 공수처 출범을 계기로 여당 의원들은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 △검·언유착 사건 △윤석열 검찰총장 부인 사건 등을 언급하며, 수사 주체에 대한 박 후보자의 입장을 요구했다.
박 후보자는 검·언유착 사건과 윤 총장 부인 사건에 대해선 “견해를 밝히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지만, 김 전 차관 출금 사건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검사가 수사대상이기 때문에 공수처로 이첩해야 하지 않느냐”는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공수처법에 의하면 공수처로 이첩하는 게 옳겠다”고 답했다. 박 후보자는 이어서 “이 사건을 검찰이 말하는 절차적 정의의 표본으로 삼는 것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첩 발언, 공수처 설립 취지에도 반해"
박 후보자의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현 정권 수사에 박 후보자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지방검찰청의 고위 간부는 “수사 중인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면 수사를 멈추라는 메시지로 읽힌다”며 “공수처 조직이 꾸려지려면 앞으로 두 달 정도 필요한데, 그 때까지 수사하지 말라는 게 온당한 의견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검찰에서 공수처로 사건이 넘어간 적도 없는데, 사건 이첩 권한도 없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특정 사건을 이첩 대상으로 거론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사건 이첩은 요건에 해당하는지 두 기관이 따져보고 협의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며 “박 후보자의 발언은 독립성을 생명으로 하는 공수처 설립 취지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 외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하게 돼있다.
측근 관리 부실 지적에 "제 불찰"
야당 의원들은 청문회에서 박 후보자의 도덕성을 집중 공격했다. 야당은 2018년 6ㆍ13 지방선거 당시 측근들의 금품수수 사건을 거론하며 박 후보자의 관리 책임을 따져 물었다. 김소연 변호사는 전날 국민의힘 자체 청문회에 출석해, 박 후보자가 측근들이 공천을 대가로 금품을 요구하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모른 척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최소한 박 후보자는 주변 관리만큼은 낙제점이다. 주변 관리를 이렇게 한 분이 법무행정을 어떻게 하겠느냐”고 따지자, 박 후보자는 “지적에 상당 부분 공감하고 유감”이라고 답했다. 박 후보자는 야당 의원들의 공세가 거세지자 “제 불찰인 측면이 없지 않아 있다”며 “우리 지방의원들의 자치활동과 지방활동에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 자유를 굉장히 존중한다”고 덧붙였다.
박 후보자가 국회의원 신분으로 법무법인 명경에 출자하고 경영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한 점 부끄럼 없다”며 부인했다. 사법시험 준비생을 폭행했다는 의혹에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하며, 사법시험 존치를 바라는 애타는 목소리를 잘 안다. 임시 구제가 가능한지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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