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에 아낌없는 지지 보내야" 당부
국가인권위원회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언행을 성희롱이라고 인정하면서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젠더정책을 실현하려 했던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은 그 자체로 충격"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피해자를 향해서는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삶을 회복할 수 있도록 모두 아낌없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야 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25일 전원위원회에서 "박 전 시장의 행위는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직권조사 결과를 의결하며, 구체적인 조사 결과와 별도로 1,400자 분량의 종합의견을 첨부했다.
종합의견에서 인권위는 박 전 시장 성희롱이 권력 관계에서 비롯됐다고 비판했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은 9년 동안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면서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유력한 정치인이었던 반면 피해자는 하위직급 공무원으로, 두 사람이 권력관계 혹은 지위에 따른 위계관계라는 것은 명확하다"고 전제했다. 이어 "이러한 위계와 성역할 고정관념에 기반한 문화 속에서 성희롱은 언제든 발생할 개연성이 있으며, 이 사건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인정했다.
특히 박 전 시장의 생전 행보를 고려할 때 강제추행 혐의로 피소된 사실은 사회에 여러 물음을 던진다고 전했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은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서울대 교수 조교 성희롱 사건 등 여성 인권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건의 공동변호인단으로 참여했을 뿐 아니라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젠더정책을 실천하려 했다"며 "그의 피소 사실은 그 자체로 충격"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 충격만큼이나 직장 내 성희롱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성희롱 발생에 조직의 책임은 없는지와 같은 많은 근본적 질문을 던졌다"고 했다.
박 전 시장 사태를 기점으로 우리 사회가 성희롱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도 인권위는 강조했다. 인권위는 "성평등 수준이 외견상 많은 진전을 이루었음에도 고용, 정치 등 주요 영역에서의 성별격차는 여전하고, 성희롱에 대한 낮은 인식과 피해자를 비난하는 2차 피해는 여전히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우리 사회는 '성희롱'을 바라보는 관점을 △'성적 언동의 수위나 빈도'에서 '고용환경에 미치는 영향'으로 △'거부의사 표시' 여부가 아니라 '권력 관계의 문제'로 △'친밀성의 정도'가 아니라 '공적 영역'인지 여부로 △'피해자·가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문화나 위계구조의 문제'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를 향해서는 "피해자가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온전하게 자신의 삶을 회복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아낌없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기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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