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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젠더정책 실천한 박원순, 피소 사실 자체로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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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젠더정책 실천한 박원순, 피소 사실 자체로 충격"

입력
2021.01.2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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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에 아낌없는 지지 보내야" 당부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과 상임위원들이 2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전원위원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과 상임위원들이 2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전원위원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가인권위원회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언행을 성희롱이라고 인정하면서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젠더정책을 실현하려 했던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은 그 자체로 충격"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피해자를 향해서는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삶을 회복할 수 있도록 모두 아낌없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야 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25일 전원위원회에서 "박 전 시장의 행위는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직권조사 결과를 의결하며, 구체적인 조사 결과와 별도로 1,400자 분량의 종합의견을 첨부했다.

종합의견에서 인권위는 박 전 시장 성희롱이 권력 관계에서 비롯됐다고 비판했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은 9년 동안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면서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유력한 정치인이었던 반면 피해자는 하위직급 공무원으로, 두 사람이 권력관계 혹은 지위에 따른 위계관계라는 것은 명확하다"고 전제했다. 이어 "이러한 위계와 성역할 고정관념에 기반한 문화 속에서 성희롱은 언제든 발생할 개연성이 있으며, 이 사건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인정했다.

특히 박 전 시장의 생전 행보를 고려할 때 강제추행 혐의로 피소된 사실은 사회에 여러 물음을 던진다고 전했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은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서울대 교수 조교 성희롱 사건 등 여성 인권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건의 공동변호인단으로 참여했을 뿐 아니라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젠더정책을 실천하려 했다"며 "그의 피소 사실은 그 자체로 충격"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 충격만큼이나 직장 내 성희롱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성희롱 발생에 조직의 책임은 없는지와 같은 많은 근본적 질문을 던졌다"고 했다.

박 전 시장 사태를 기점으로 우리 사회가 성희롱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도 인권위는 강조했다. 인권위는 "성평등 수준이 외견상 많은 진전을 이루었음에도 고용, 정치 등 주요 영역에서의 성별격차는 여전하고, 성희롱에 대한 낮은 인식과 피해자를 비난하는 2차 피해는 여전히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우리 사회는 '성희롱'을 바라보는 관점을 △'성적 언동의 수위나 빈도'에서 '고용환경에 미치는 영향'으로 △'거부의사 표시' 여부가 아니라 '권력 관계의 문제'로 △'친밀성의 정도'가 아니라 '공적 영역'인지 여부로 △'피해자·가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문화나 위계구조의 문제'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를 향해서는 "피해자가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온전하게 자신의 삶을 회복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아낌없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기 바란다"고 전했다.

신지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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