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2021 시즌 준비를 위해 국내에서 구슬땀 흘리는 K리그 구성원들의 다짐과 목표, 그리고 팬들을 향한 목소리를 전합니다.
K리그 사령탑 부임 첫해, 시즌 초반 경기를 벤치가 아닌 관중석 상단에서 지켜본 감독이 있다. 선수와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직접 소통하는 게 편할 수 있지만 그는 판세를 먼저 읽으려는 듯 상단에서 경기를 내려다보며 벤치에 수시로 지시를 내렸고, 이 때의 흐름을 바탕으로 팀 컬러를 명확히 해 감독 데뷔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K리그2(2부리그) 전경준 전남 감독 얘기다.
2018년 최하위를 기록하며 K리그2(2부리그)로 강등된 전남은 2년째 중위권을 헤어나오지 못하며 좀처럼 승격 가능성을 내다보지 못하고 있다. 여러 K리그2 구단들이 모기업이나 지자체의 화끈한 지원으로 승격을 준비하는 과정과 달리, 전남은 가지고 있는 자원을 활용해 최적의 성적을 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나름대로의 성과도 분명하다. 지난해 전남은 우승팀 제주(23실점)에 이어 두 번째로 적은 실점(25실점)을 기록하는 ‘질식 수비’로 확실한 팀 컬러를 갖췄다.
광양시 소재 전남 클럽하우스에서 최근 만난 전 감독은 “일단 우리 스쿼드로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에 집중을 했고, 선수들의 능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노력했다”며 “선수들이 팀의 균형을 잡아줬기에 제주 다음으로 가장 적은 실점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사실 값비싼 선수들을 많이 데려올 수 있다면 감독으로선 좋지만, 그게 안 된다면 최적의 조합을 찾아 올라서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시즌 초반 관중석에서 관찰에 집중한 데 큰 의미를 부여하진 않는다. 전 감독은 “경남과 첫 경기 때부터 상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올라가서 보기 시작했다”며 “벤치엔 (내 지시를)바로 실행해 줄 수 있는 코치들이 있고, 상대의 변화를 읽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 1~9라운드 동안 관중석에서 경기를 보니 효과적인 부분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올해도 필요할 땐 관중석으로 올라가는 데 주저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
축구대표팀과 23세 이하 대표팀은 물론 제주와 전남에서 코치 생활을 했던 그는 정식 감독으로 첫 시즌을 치른 지난해 수비를 완성하고, 올해는 그간 활약이 미미했으나 프로 무대에서의 부활이 절박한 알짜 공격자원들을 데려와 반전을 노린다. 3부리그 격인 K3리그 김해시청에서 뛰던 박희성(31)과 K리그2 부천에서 뛰던 서명원(26)이 대표적이다. 전 감독은 “스쿼드를 화려하게 못 갖추면 져야 한다? 그건 아니라고 본다”며 이들에 대한 희망을 내비쳤다.
20세 이하 월드컵,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뛴 박희성은 ‘고려대 앙리’로 불렸던 자원이지만 프로 무대에선 빛을 보지 못했다. 차범근축구상 대상을 수상하고 각급 연령별 대표팀에 몸담았던 서명원도 프로 데뷔 초반 대전에서 반짝 활약한 뒤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다. 전 감독은 “서른을 넘긴 박희성은 본인에게 이번이 어떤 기회라는 걸 잘 알고 열심히 훈련 중”이라며 “서명원도 16살때부터 지켜봐 온 선수로, 그간 소홀했던 게 어떤 건지 알고 증명할 준비를 하는 중”이라고 했다.
나이지리아 출신 공격수 사무엘 은니마니(25)까지 합류한 공격진이 살아난다면 어떤 강팀을 만나도 충분히 겨뤄볼 만 하다는 게 전 감독의 생각.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격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전남은 굉장히 열정적인 팬들이 있는 곳인데, 귀한 시간을 내서 경기장을 찾은 분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갈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어린 팬들이 우리를 자랑스러운 팀으로 여길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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