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가 다음달 설 연휴까지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유행을 완만한 감소세로 돌리는 데 이 조치가 가장 효과적이었다는 판단에 따라서다. 다만 이번주 일일 확진자 수가 300명대 이하를 유지할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는 하향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2월 1일부터 14일까지를 설 연휴 특별방역대책기간으로 정하고 세부 방역지침을 마련, 29일 내놓을 예정이다.
지난 추석 이어 설까지 "고향 방문 자제"
26일 방역당국 등에 따르면 가장 큰 고민은 가족과 친지들이 한데 모이는 설 연휴가 방역적 관점에서는 위험하다는 점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은 이날 “이번 3차 대유행 시기에 국내 발생 확진자를 분석한 결과 약 24.2%가 가족 내 선행 확진자를 통해 감염됐다”며 “확진자 1명이 평균 1.57명의 가족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했고, 선행 확진자는 주로 40~50대”라고 말했다. 설날이 가장 큰 명절이라지만, 지난 추석에 이어 또다시 고향에 가지 말라 하기엔 부담스럽지만, 가족이 모일 경우 위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인지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설 연휴 중 고향 방문과 여행을 자제하시고, 이동과 접촉을 최소화해주실 것을 국민 여러분께 당부 드린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 또한 “코로나19 확산을 잡기 위한 중대한 시점인 만큼 설 연휴에도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찬성하는 분위기다. 천병철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5인 이상 모임을 금지할 때와 안 할 때는 방역에 꽤 큰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도 “숨은 감염자와 N차 감염이 지역사회에 많이 퍼져 있는 지금은 집합 자제 필요성이 작년보다 더 높다”고 강조했다.
학원·마트·영화관 9시 제한은 풀릴까
'5인 이상 금지'가 유지되더라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하향 조정 가능성은 있다. 3차 대유행 감소세가 완만하다 해도 뚜렷하기 때문이다. 거리두기가 2단계로 내려가면 밤 9시 이후 영업제한 조치가 적용되는 업종이 줄어든다.
현재 2.5단계인 수도권에선 일반관리시설에 속하는 학원이나 독서실, PC방, 목욕탕, 영화관, 놀이공원, 마트 등도 9시에 문을 닫아야 한다. 하지만 2단계 때는 중점관리시설인 노래연습장, 실내체육시설, 식당, 카페 등만 9시 이후에 영업이 제한된다. 이 때문에 일반관리시설 업종들은 단계 하향을, 중점관리시설 업종에선 9시 기준을 10시로 1시간이라도 늘려달라고 요구하는 목소리가 간절하다.
10시 영업제한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천병철 교수는 “9시까지 영업을 못하게 하면 오히려 9시 가까운 시간에 밀집도가 증가할 것”이라며 “접촉을 줄이는 데 1시간 차이는 큰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영업제한 시간을 10시로 바꿔도 방역 지침만 잘 지키면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영업제한을 10시로 바꾸면 저녁식사 후 술을 동반한 2차 사적 모임이 활성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장덕진 교수도 “술을 마시면 목소리가 높아지고 부주의하게 돼 비말이 훨씬 많이 튀기 때문에 음주 자제를 위해서라도 9시 제한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방역조치가 잘 돼 있는 식당은 늘려주는 방안도 생각해볼 시점”이라고 제안했다.
거리두기 체계도 개편
방역당국은 올해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됨에 따라 백신 접종 일정에 맞춰 거리두기 체계도 개편할 방침이다. 집단감염 예방에 초점을 맞췄던 기존 체계와 달리 개별 행위 중심의 새로운 방역수칙이 필요하다는 진단에서다.
손 반장은 “설 연휴 이후 고위험군에게 면역력이 형성됐을 때, 이후 65세 이상 고령층이 어느 정도 면역력을 확보했을 때, 그리고 연말 집단면역이 형성됐을 때 등에는 거리두기 체계를 근본적으로 고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 접종 진도에 맞춰 세 차례 정도는 거리두기 체계를 조정하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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