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주자들이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집중 견제했다. 박 전 장관의 '침묵'이 타깃이 됐다. 박 전 장관은 26일 보궐선건 출마를 선언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문과 관련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 예비 후보들은 진보 진영의 잇단 성추문을 '호재'로 활용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사법부가 박 전 시장의 성희롱 사실을 인정하고,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의 성추행 사건까지 터지면서 '젠더 의제'를 앞세운 야권의 비판이 격해질 전망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서울 독산동의 택시운수업체를 방문한 자리에서 “박 전 장관의 출마 선언문에는 이 선거가 왜 치러지느냐에 대한 성찰이 빠져 있어 실망스럽다”고 직격했다. 이번 보궐선거는 성폭력 혐의를 받아 극단적 선택을 한 박 전 시장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한 선거다.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 후보를 공천하는 것 자체가 국민과의 약속 위반이기도 하다.
오 전 시장은 “권력형 성범죄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표명해도 부족한 상황인데, 박 전 장관이 민주당 후보로 나오겠다면서 단 한 마디의 언급도, 사과도 없었다는 것을 시민들이 눈여겨봤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김종철 전 대표 사건을 겨냥해 "이런 상황에서 출마 선언을 하면서 그 부분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박영선 후보의 속내를 짐작하게 한다”고도 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은 박 전 장관과 자신이 같은 '여성 정치인'이라는 점을 내세우면서도 차별화를 꾀했다. 나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같은 여성이기에, 민주당의 책임 있는 정치인이기에 짧게라도 미안함을 전하지 않을까 기대했다”며 “(박 전 장관은) 피해자의 고통을, 시민의 분노와 실망을 차갑게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일정을 '여성 권리 찾기 행보'로 맞췄다. 서울 서대문 여성인력개발센터를 찾아 “제가 생각하는 시정 철학 중 하나는 ‘투게더 위 캔’, 즉 여성ㆍ장애인과 함께 하자는 것”이라며 “경력 단절 여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뒤 “민주당 예비후보들은 문재인 정권 중심에서 원내대표(우상호 의원) 장관(박영선 전 장관)을 역임했다. 현 정권의 무능, 위선의 중심에 서 있던 분들”이라며 “양심이 있다면 박 전 시장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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