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초 수어통역사 백악관 고정 배치
사키 대변인 "대국민 포용 노력의 일환"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과 함께 백악관의 달라진 점 중 하나가 주중 정례 브리핑을 매일 열기로 한 것이다. 여기에 지금껏 볼 수 없던 장면이 더해졌다. 한국 정부 브리핑에서 익숙한 얼굴이 된 ‘수어통역사’를 백악관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바이든 행정부가 내건 ‘포용의 가치’를 반영한 상징적 조치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열린 브리핑에서 “이번 주부터 모든 백악관 브리핑에 수어통역사가 배치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수어통역사가 “바이든 행정부의 대국민 포용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장애인을 포함해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던 바이든 대통령의 공약을 실천하는 방법이란 얘기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식 행사 때부터 장애 문턱을 낮추는 데 힘을 쏟았다. 당시 취임식 준비위원회는 ‘접근 가능한 취임식’을 내세워 전국으로 송출되는 취임식 방송에 수어통역사를 배치했고, 실시간 자막과 음성 설명도 제공했다. 현장에선 앤드리아 홀 국제소방관협회(IAFF) 조지아주(州) 풀턴카운티 지부장이 취임식 최초로 수어를 병행한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장애인 커뮤니티는 이번 조치를 일제히 반겼다. 세계 유일의 청각장애인 전문대학인 갤러뎃대의 로버트 웨인스톡 대변인은 일간 워싱턴포스트에 “더 큰 평등의식을 느낀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수어통역사가 표정과 몸짓 같은 비언어적 요소까지 전달하면 정부 정책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워드 로젠블럼 미 청각장애인협회(NAD) 대표도 뉴욕타임스에 “역대 정부에서 백악관 정례 브리핑에 수어통역사가 고정된 건 최초로 벅찬 결정”이라고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수어통역사가 백악관에 처음 등장한 건 아니다. 하지만 소송을 통해 얻어낸 투쟁의 산물이었다. NAD는 지난해 8월 트럼프 행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브리핑에 수어통역사를 대동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백악관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에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은 그 해 10월부터 브리핑에 수어통역사를 대동하라고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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