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용이 크면 반작용도 크기 때문일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가 잇달아 역류에 부딪혔다. 이민 관련 행정명령부터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중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심판까지 순조롭게 흘러가는 일이 하나도 없다. 일련의 ‘트럼프 지우기’에 대한 보수층의 거부감도 노골화되는 분위기다. 정권 출범 초기 ‘허니문’도 없이 바이든 행정부가 시작부터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이민법 개혁을 공언해 온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첫날 야심차게 내놓은 ‘비(非)시민권자 100일간 추방유예’ 조치는 26일(현지시간) 텍사스주(州) 연방법원에서 가로막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드루 팁턴 판사는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는 데 실패했다”며 추방 유예 중단 소송을 제기한 텍사스 주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이 명령은 14일간 효력을 발휘하며 전국에 적용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인 켄 팩스턴 주 법무장관은 “텍사스가 전국에서 최초로 바이든 행정부를 이겼다”면서 대놓고 바이든 행정부를 비꼬기도 했다. AP통신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민주당이 주도하는 주 정부와 이민자 보호단체들이 법정에서 싸워 성공했던 것처럼 이번 판결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공화당도 그럴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중단을 두고도 이민 반대 기류가 강한 보수세력의 저항이 꿈틀거릴 조짐이다. 수재나 마르티네스 전 뉴멕시코 주지사는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국경장벽은 국가 안보의 일부”라 주장하면서 현 정부를 맹비난했다.
1조9,000억달러(2,100조원) 규모 ‘슈퍼 경기부양안’의 앞날은 더 힘겹다. 공화당이 꿈쩍도 않고 있는 탓이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이르면 다음주에 민주당 단독으로라도 예산안 표결을 강행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작지 않다. 다수당답게 숫자로 밀어붙일 추진력 확보도 쉽지 않다는 얘기다. 민주ㆍ공화 상원의원 16명이 행정부와 초당적 대안을 협의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보수층의 반발은 트럼프 지우기 행보의 결정판이 될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에도 그늘을 드리웠다. 상원에서 탄핵 가결을 위한 정족수 3분의2를 채우려면 공화당 이탈자가 최소 17명이 돼야 하는데, 이날 탄핵 적법성을 묻는 ‘절차 투표’에서 반대자가 45명이나 나온 것이다. 다행히 찬성 55명으로 가결은 됐지만 공화당 내 반란표가 5명에 불과해 탄핵도 무위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CNN방송은 이날 표결을 “탄핵심판에 대한 공화당의 태도를 보여주는 첫 번째 시험대”라고 진단했다.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선 취임 일주일 만에 여전히 짙게 남아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향력을 실감하고 있는 셈이다. 공화당도 떨고 있긴 마찬가지다. 일간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실력자로서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자신의 탄핵안에 찬성한 10명의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들을 우선 복수 대상으로 선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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