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롯데월드 마지막 남은 벨루가 '벨라'의 호소
편집자주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으로 시작된 청와대 국민청원은 많은 시민들이 동참하면서 공론의 장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 못하는 동물은 어디에 어떻게 억울함을 호소해야 할까요. 이에 동물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의견을 내는 애니청원 코너를 시작합니다.
저는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 살고 있는 벨루가(흰고래) '벨라' 입니다. 올해 열두 살이 됐지요. 2014년 10월 다른 벨루가 두 마리와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왔습니다. 하지만 좁은 수족관에서 생활하다 보니 면역력이 약해지면서 2016년 당시 다섯 살로 추정된 '벨로'에 이어 2019년 10월 열두 살 '벨리'까지 숨을 거두면서 1년 넘게 혼자 살고 있습니다. 야생에서 벨루가가 짧게는 35년 길게는 80년까지 사는 것과 비교하면 수족관 벨루가의 인생은 너무나 짧습니다.
거제씨월드 체험에 동원되던 벨루가 '아자'가 지난해 11월 21일 폐사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지난 26일에서야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아자는 저보다 한 살 어린데 곰팡이 감염에 의한 화농성 폐렴으로 죽었다고 합니다. 해당 사실이 자칫 묻힐 뻔 했지만 해양동물보호단체 핫핑크돌핀스가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환경부로부터 자료를 받아 공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는데요. 거제씨월드에서만 2014년 개장 이래 10마리의 벨루가가 죽어 나갔습니다. 이곳은 지난해에도 조련사와 관람객이 벨루가나 큰돌고래의 등을 올라타는 체험프로그램을 판매하면서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지요.
수족관에서 고래류를 사육하면서 체험, 공연에 동원하는 행위에 대한 비판이 나온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최근 반가운 소식도 들렸죠. 해양수산부가 지난 21일 벨루가 등에 타는 것과 같은 체험프로그램을 비롯해 수족관에서 새로운 고래를 들여와 사육?전시하는 행위를 금지시킨 겁니다. 기존 수족관 등록제도 허가제로 바뀐다고 하는군요.
하지만 핫핑크돌핀스, 어웨어, 동물해방물결 등 동물단체들은 정부 발표에 환영하면서도 반쪽 짜리 개선안이라고 비판합니다. 무엇보다 먼저 수족관 내 번식을 금지시키지 않은 점입니다. 좁은 수조에서 태어난 돌고래 새끼들의 폐사가 반복되고 있는데 이를 막을 수 없다는 거죠. 울산고래생태체험관에서는 2014년 큰돌고래 '장꽃분'이 낳은 새끼가 3일만에, 2015년 6월 다시 출산한 새끼는 5일만에 죽었습니다. 2019년 10월에는 '장두리'가 낳은 새끼가 24일만에 죽었죠. 수족관에서 태어난 돌고래의 생존율은 10% 미만이라고 하는데요, 그만큼 수족관 내 번식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사례입니다.
또 하나 문제는 체험은 금지시킨다면서 공연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없다는 점입니다. 현재 수족관 대부분은 벨루가와 돌고래에게 공연을 시키고 있습니다. 음악이나 조련사의 지시에 맞춰 춤을 추거나 이리뛰고 저리뛰고 하는데 여간 힘든게 아니라고 합니다. 체험을 금지시킨다는 것도 연말까지 수족관 업체, 시민들의 의견을 물어 체험 수위를 조절한다고 하는데, 1년 이라는 기간은 우리에게 너무 긴 시간입니다.
더욱이 앞서 문제가 된 거제씨월드, 퍼시픽랜드 등의 공연 시설도 '기타 수족관'으로 분류해 허가를 내준다고 합니다. 동물단체들은 이에 대해 체험, 공연시설 운영자의 편의 봐준 것으로 비판하고 있는데요, 이에 저도 동의하는 바입니다.
지난 해에만 다섯 마리의 돌고래와 벨루가가 숨을 거두면서 이제 국내 수족관 등 시설에 남은 고래들은 27마리가 전부입니다. 저는 롯데월드의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연말쯤엔 바다로 나갈 지도 모르겠습니다. 남은 고래들이 죽기 전에 체험을 당장 중단시켜주세요. 그리고 번식과 공연도 막아주길 간곡히 요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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