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타임 세 번째 시즌을 맞는 김정호(24ㆍKB손해보험)가 매 시즌 성장을 거듭하며 ‘10년 만의 봄배구’라는 팀의 숙원을 푸는 데 앞장서고 있다.
KB손해보험은 27일 의정부 체육관에서 열린 2020~21 V리그 현대캐피탈전에서 3-1(25-23 17-25 25-20 25-17)로 승리, 리그 2위를 탈환했다. 선두 대한항공과 승점 차는 2다. 주포 케이타가 29득점으로 맹활약했지만 김정호도 17득점에 공격성공률 58.3%를 찍으며 최근 물오른 공격력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김정호는 그간 ‘고공 행진’과 ‘꾸준한 성장’이라는 쉽지 않은 과제를 동시에 풀어왔다. 팀을 옮긴 2018~19시즌 공격성공률 49.50%를 지난 시즌엔 50.21%(10위)로 끌어올렸다. 18~19시즌엔 기준 공격점유율(팀내 점유율 20% 이상)을 달성하지 못해 공격 부문에 순위를 올리진 못했지만 수치상으론 리그 9위권 기록이다. 그리고 올 시즌엔 57.6%를 찍으며 리그 최고 공격수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았지만 국내 최고 레프트로 꼽히는 정지석(대한항공ㆍ55.8%ㆍ2위)이나 나경복(우리카드ㆍ49.7%ㆍ9), 곽승석(대한항공ㆍ48.6%)도 그보다 아래다. 이 페이스가 유지된다면 2017~18시즌 박철우(한국전력) 이후 3년 만에 토종 공격수가 공격종합 1위의 주인공이 된다.
김정호는 그러나 “다른 팀 형들의 공격 점유율이 저보다 높기 때문”이라며 몸을 낮췄다. 그는 28일 한국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케이타가 50~60%의 점유율을 찍는데 내가 반대쪽에서 20% 정도 밖에 못 때려 미안한 상황이다”라며 “점유율이 적은 만큼 공격할 때 좀더 책임감을 갖고 확실하게 득점을 내려고 노력한다”라고 말했다. 김정호의 팀 내 공격점유율은 20.7%고 정지석 25.9%, 나경복은 25.3%다.
서브 득점도 세트당 0.365개로 리그 5위인데 이 수치 역시 매년 상승 중이다. 다만 리시브는 올 시즌 리그 13위(효율 33.0%)로 2018~19시즌(37.9%)이나 2019~20시즌(39.5%)보다 조금 불안해졌다. 그는 “사실 다른 팀 선수들의 서브가 부쩍 좋아진 것 같다”라며 “내가 리시브를 잘했던 선수는 아니지만 앞으로 조금이라도 더 좋아지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장점이 극대화되고 있지만 공격수 치고 작은 키(186㎝)는 핸디캡이다. 시즌 블로킹 득점이 단 9점(세트당 0.094개)으로, 사이드블로커임을 감안하더라도 부족한 수치다. 김정호는 “공격 점프는 뒤에서 달려나가며 힘을 받아 뛸 수 있는 반면 블로킹 점프는 그렇지 못한게 사실”이라며 “높이 보단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주면서 유효블로킹을 만들거나 후위에서 수비가 이뤄지도록 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KB손해보험은 V리그 남자부에서 가장 오랜 기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무려 10년 전인 2010~11시즌 준플레이오프를 끝으로 봄 배구는 그저 ‘남의 일’이었다. 그는 “팀 전력에 기복이 있고 뎁스(선수층)가 얕은 데도 지금까지 잘 버틴 것 같다”면서 “요즘 순위표를 보면 잠깐의 방심으로 5위까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전쟁이라고 생각한다. 매 경기 집중하고 온 힘을 다하겠다”고 각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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