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줌의 햇살조차 들지 않는 깊은 숲속
차디찬 땅바닥에 떨어져 나뒹구는 한 떨기 동백아
붉디붉은 슬픔이 눈 앞을 가려 차마 너를 바라볼 수가 없구나
숨이 멎을 것 같은 피 울음이 차가운 돌덩이 위에 방울방울 맺혀
한밤 영혼의 온기를 머금고 다시 겨울꽃으로 환생했네
아무도 찾지 않는 곳에서 움튼 너를 이제라도 내 가슴 속에 품고 싶다
칼바람을 맞으며 선혈처럼 붉게 태어난 동백꽃
송이째 툭툭 떨어져 온전한 꽃망울이 슬프도록 아름답다
네가 땅속으로 스며들 사월 어느 따스한 봄날
그리움에 사무쳐 애달프게 찾겠지만
너는 또다시 혹한 속에서 불꽃처럼 피어오르겠지
나는 오늘 조용히 네 앞에 무릎 꿇고 기도한다
눈송이가 흩날리는 겨울, 새벽 태양처럼 달아오른
너의 선홍빛 얼굴을 다시 땅 위에서 만날 수 있기를…
-제주 한라산 중턱 숲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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