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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스톱 대전 “시청자가 르브론 제임스 슛 막은 셈” “기성세대에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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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스톱 대전 “시청자가 르브론 제임스 슛 막은 셈” “기성세대에 분노”

입력
2021.01.31 10:17
수정
2021.01.31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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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언론 연일 분석... "닷컴버블 연상" 지적도

27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게임스톱 가게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27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게임스톱 가게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마치 TV에서 로스엔젤레스 레이커스의 경기를 보고 있던 카우치 포테이토(집에 틀어박혀 소파에 앉아 TV만 보는 사람)들이 코트에 뛰어들어 르브론 제임스의 슛을 막고 앤서니 데이비스를 넘어 덩크슛을 한 것과 마찬가지다.” 비디오게임 유통체인 ‘게임스톱’을 둘러싼 미국 불개미(개인투자자) 군단과 월스트리트 헤지펀드간 공매도 대첩에서 헤지펀드가 백기 투항한 점을 두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같이 평가했다.

수백만 개미들이 월스트리트의 거대 자본을 무너뜨린 이번 사태를 두고 미 주요 매체들은 연일 분석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번 사건이 증시 역사의 이정표가 될 혁명이라는 평가부터 닷컴버블을 연상시킨다는 지적까지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 ‘게임스톱 혁명을 이끄는 진정한 힘’이란 제목의 특집 기사에서 개미들의 이번 집단행동은 50년 전 고(故) 잭 보글 뱅가드그룹 창업자에 의해 시작된 ‘시장 민주화’의 정점이라고 분석했다.

1975년 뱅가드그룹을 세운 보글은 기관이 아닌 개인 투자자들을 위한 인덱스 뮤추얼 펀드를 최초로 만들고, 수수료를 낮추는 등 개미들의 저비용 투자를 도왔다. 그의 노력이 결실을 맺으며 오늘날 로빈후드와 같은 수수료 공짜 증권 애플리케이션(앱)까지 등장했고, 개인 투자자들도 비용 부담 없이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주식 투자를 할 수 있게 됐다. 수십 년 전까지는 주식형 펀드 수수료가 최대 8%, 개인 투자자의 주식 거래 수수료가 최대 5%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에 가깝다.

28일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뉴욕=AFP 연합뉴스

28일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뉴욕=AFP 연합뉴스


WSJ는 이번 투자 혁명의 최종 단계는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토론방 ‘월스트리트베츠’라고 봤다. 이곳에서 수백만 개인 투자자들이 서로를 독려하면서 푼돈을 모아 공매도에 베팅한 거대 자본을 압도했다는 점에서다. 이 매체는 27일부터 게임스톱 주가의 이상 급등에 대한 기사를 다루는 온라인 페이지를 별도로 개설해 집중 보도하고 있다. 미국 대표 경제지가 해당 사안을 긴급하게 다룰 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일간 뉴욕타임스 역시 “고도로 숙련된 전문 투자자들을 결코 이길 수 없을 것으로 여겨졌던 개인 투자자들이 하나로 뭉쳐 월가의 속설을 깨뜨리고 있다”며 이 현상을 집중 조명했다. 다만 이들은 온라인 게시판을 통한 특정 주식 급등 양상이 1990년대 말 ‘닷컴 버블’을 연상시킨다고 봤다.

특히 29일 뉴욕증시의 3대 지수가 일제히 2% 이상 급락하고, 다우지수는 3만선이 무너진 것도 게임스톱 등 일부 주가 과열에 따른 부작용일 수 있다고 미 CNBC방송이 분석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공세에 어마어마한 손실을 낸 공매도 업체들이 마진콜(손실 보전을 위한 추가 증거금 요구) 때문에 다른 보유 주식을 팔아 자금 마련에 나서는 바람에 증시 전반에는 부정적인 여파가 가해졌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애플과 테슬라 등은 각각 3.7%, 5.0% 급락했다.

이를 세대간 갈등으로 보는 해석도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사설에서 “금융위기 이후 기성세대가 경제를 잘못 이끌면서 자신들의 부(富)를 속여왔다고 느끼는 많은 투자자들의 분노감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날 영국 일간 가디언은 게임스톱으로 400% 수익을 낸 32세 청년 마이크의 말을 인용, “이번 사태는 밀레니얼 세대와 빅보이의 싸움”이라며 “베이비붐 세대에는 학자금과 집 보증금으로 허덕이는 사람이 없지만 레딧에는 있다”고 전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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