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대 지원자 지난해 비해 18% 증가
흑인 등 코로나 피해 컸던 소수인종 급증
"공동체 수호 사명감, 장학금 지원"도? 요인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2학년에 재학 중인 히스패닉계 미리암 세페다는 최근 의대 진학을 결심했다. 도미니카공화국 이민자 출신 할아버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상을 떠난 게 결정적 계기였다. 그는 “할아버지는 병원에서 문전박대를 당한 슬픈 기억이 있다고 우리에게 얘기했고, 의료시스템을 불신했다. 많은 소수인종 공동체는 (아플 때) 의사에게 가는 게 첫 선택이나 해결책이 아니었다”라고 일간 USA투데이에 밝혔다.
미 155개 의대가 모인 '미국의대협회' 집계 결과, 오는 가을학기 의대 신입생 원서 접수는 지난해에 비해 18% 증가했다. 일부 학교는 지원자가 30%나 늘었다. USA투데이는 “1970년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불법 행위를 워싱턴포스트가 폭로한) 워터게이트 혼란이 많은 이들을 언론계로 이끌고, 2001년 9ㆍ11테러 후 군 입대자가 급증한 것처럼, 코로나19로 의료 일선의 영웅적 행동이 부각되면서 의사라는 직업 지원에 불을 붙였다”라고 해석했다.
특히 흑인ㆍ히스패닉 등 소수인종의 지원이 급증했다는 점이 올해의 특징이다. 텍사스테크 의대의 경우 새 학기 입학 지원자가 20% 늘었는데 히스패닉과 흑인 지원자 수는 각각 30%, 43% 더 늘었다.
물론 전체 의사 희망자가 늘어난 데 고결한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고교 졸업 후 대학 입학 전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갭 이어(gap year)’ 활용이 코로나19로 어려워지고, 돈이 들지 않는 온라인 지원이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일자리 부족 상황에 안정된 직업인 의사가 되려는 욕망은 소수인종이라고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소수인종의 의사 지원자 증가 요인에는 장학금 증가 등 학비 부담 경감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요인은 사명감이다. 텍사스주(州)의 흑인 대학인 페어리뷰 A&M 재학생인 시드니 존슨은 소아암 치료 의사가 꿈이다. 의료진의 경우 끝없는 근무에 시달리고 희생자를 보면서 생기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도 상당하지만 그럴수록 더 소수인종 출신 의사가 많아져야 한다고 했다. 존슨은 “코로나19가 피해를 매우 많이 줬던 공동체에는 더 나은 치료가 제공돼야 한다”며 공동체 사람들을 위해 그곳에 있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30일(현지시간) 일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인종과 소득 격차는 코로나19 피해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예를 들어 할리우드 유명인들이 주로 거주하고 중위소득이 12만달러(1억3,410만원)인 로스앤젤레스카운티 브렌트우드 주민의 코로나19 감염률은 4%였다. 반면 히스패닉이 주로 거주하는 보일하이츠는 브렌트우드에 비해 소득은 3분의 1인데, 코로나19 감염률은 5배나 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소수인종의 코로나19 사망률이 백인의 3배라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 내 만연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소수인종의 의사 진출 증가, 교육의 힘은 과연 효과를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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