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줄인 만큼 배출권 팔아 수익
백인에 지원 쏠린 '차별의 역사'와 작별
미국에서 죽어 가던 흑인 농장이 부활하고 있다. '차별의 역사'와 단절하겠다고 선언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지원책까지 마련해 적극적으로 돕고 나서면서다. 농업을 기후위기 대응의 토대로 삼겠다는 게 바이든 정부의 구상인데, 정부 독려에 힘입어 친환경 농법으로 무장 중인 흑인 농가가 첨병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흑인들을 다시 농장으로 데려오기 위해 토지 신탁 회사 '뉴커뮤니티'를 비롯한 남부의 여러 지역 단체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흑인이 운영하는 농장은 1920년까지만 해도 미국 전체 농장의 14%를 차지했지만 오늘날에는 남부를 중심으로 고작 2% 정도만 남아 있다.
훈련과 지원 제공을 약속하며 흑인 농부들을 불러모으고 있는 이들 단체가 특히 힘쓰는 건 환경친화적 농업법 개발이다. 유기농 농사를 짓는 남동부 지역 흑인 농부들의 대표 자히 채펠은 NYT에 "이미 우리에게는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한 다양한 지식이 축적돼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보유한 무기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다. 바이든 정부가 권하는 대로 흑인 농부들은 탄소를 토양에 더 많이 저장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갈고 닦을 생각인데, 이렇게 줄인 탄소는 돈이 된다. 흙에 가둬 탄소를 줄인 뒤 그걸 1톤당 20달러씩 받고 탄소 배출권으로 판매하는 이른바 '탄소 은행'은 흑인 농가의 새로운 수익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말 격세지감이다. 노예 해방 이후 20세기 초까지 남부 위주로 활발한 농업 활동을 벌이던 흑인들은 이후 수십년간 이어진 인종차별과 불공정한 제도 탓에 터전을 떠나야 했다. 백인들에 의해 농작물은 파괴됐고, 은행 대출이나 미 농무부 지원도 제대로 받을 수 없었다. 2016년 농무부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3~2015년 발행된 영농자금 대출 지원의 86%가 백인 농부에게 쏠렸고, 흑인은 7%밖에 받지 못했다.
바이든 정부는 이런 차별적 행태와 작별을 고했다. 지난해 11월 코리 부커 민주당 상원의원 등은 흑인 농부들에게 연방 토지 보조금으로 최대 160에이커(약 64만7,500㎡)의 농지를 제공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미 연방 하원 농업위원회의 첫 흑인 의장인 데이빗 스콧 의원은 흑인 농부들을 초청해 정부 지원에서 인종차별이 있었는지를 들을 예정이다.
매슈 해릭 농무부 수석 대변인은 연방 농업 정책에 차별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NYT에 "흑인 농부 등 취약 계층이 농무부의 정책에 접근하기 어렵게 만드는 관행이 존재했다"며 "장벽 제거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농무부 장관으로 내정한 톰 빌색도 지난달 말 시민단체를 만나 흑인 농부들과의 대화 자리를 마련하고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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