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힘 "불리한 여론 덮으려는 구시대의 잔재" 맞대응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이 제기한 북한 원전 추진 의혹에 대해 "구시대의 유물 같은 정치로 대립을 부추기며 정치를 후퇴시키지 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야당발(發) 공세의 조기 진화를 위해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고,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한 이 작심 발언은 다분히 김 위원장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다. 지난달 29일 김 위원장은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만들었다 지운 문건 목록을 근거로 "문재인 정부가 북한 원전 건설을 극비리에 추진했다"며 "충격적인 이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터무니없는 마타도어(흑색선전)"라며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격앙된 반응이 처음은 아니다. 김 위원장 발언 당일에도 강민석 대변인은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했고, 민정수석실이 법리 검토에 들어갔다. 1일에는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기자들과 만나 "선 넘은 정치공세" "색깔론" "혹세무민" "터무니없는 선동"과 같은 거친 표현을 동원해 김 위원장을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선 건, 더 적극적으로 방어해야 야당의 의혹이 잠잠해질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침묵할 경우 자칫 '가짜뉴스'가 기정사실처럼 굳어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원전 건설 추진 의혹이 비핵화를 전제로 한 '아이디어' 차원의 구상을 과도하게 부풀린 것이라 실체가 없으므로 공세적으로 대응해도 된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대통령 발언에 대해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국민의 궁금증을 '구시대의 유물'로 몰아간 것"이라며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는 구시대의 잔재"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우리는 격노한 대통령을 보고 싶은 게 아니라 2018년 그날 무슨일이 벌어졌는지 국민 앞에 진솔하게 설명하는 대통령을 보고 싶었다"며 "'남한 원전 파괴, 북한 원전 건설'의 진실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야당은 당분간 북한 원전 의혹을 고리로 공세를 이어갈 모습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18년) 판문점 회담 이후 문건이 작성되고, 삭제된 배경에 비춰볼 때 국민의 동의 없이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려는 계획이 있었던 게 아니냐"며 국회 국정조사를 주장했다. 청와대도 '법적 조치' 카드를 계속 쥐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공방은 이어질 듯하다. 다만 야당 대표와 법적인 다툼까지 벌이는 것은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소상공인 버팀목 자금과 긴급고용안정지원금 등 3차 재난지원금이 빠르게 지급되고 있지만, 계속 이어지는 피해를 막기에는 매우 부족하다"며 "정부의 방역 조치로 발생하는 손실을 보상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 마련과 함께, 그때까지 발생하는 피해에 대한 지원대책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이 속도를 내고 있는 4차 재난지원금 지급안에 힘을 실은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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