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농단에 연루된 법관 중 한 명인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일 4개 정당 161명 의원의 참여로 국회에서 발의됐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을 시작하려면 4일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수(151명 이상)가 탄핵소추에 찬성해야 하는데, 발의 의원 수만 봐도 가결 가능성이 높다. 헌정 사상 최초가 될 법관 탄핵소추에 대해 국민의힘은 ‘사법부 길들이기’라며 비판을 쏟아내고 김명수 대법원장 탄핵소추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는 등 정쟁으로만 치닫고 있다. 탄핵의 본 의미인 헌법 질서 유지엔 안중에도 없는 야당의 행태에 한숨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날 논평을 통해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김경수 경남지사,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에 대해 여당 입맛에 맞지 않는 판결을 내린 법관들을 향한 위협이자 보복의 수단이 될 것”이라고 탄핵소추를 비판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사법부 겁박”이라고 했고 김기현 의원은 “판사들에게 알아서 기라는 신호”라고 밝혔다. 하지만 탄핵 대상은 최 대표 재판부가 아니라 청와대 요구에 따라 판결문을 수정하도록 지시한 임 부장판사다. 그의 재판 개입은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수 없어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위헌적 행위”라고 판결문에 적시돼 있다. 이런 판사를 해임하는 것이 왜 사법부 길들이기인지, 왜 민주당에 유리한 판결을 압박하는 것인지 국민의힘은 설명할 수 있나. 주호영 원내대표는 명확한 사유도 없이 “김명수 대법원장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이야말로 국민의힘이 탄핵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법관이 양심과 법률에 따라 판결을 내릴 것이라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릴 때 판사 해임을 요구하는 것은 국회의 의무다. 양승태 대법원과 박근혜 정부가 재판을 거래한 일이 탄핵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국민의힘은 국회 토론을 통해 합당한 근거를 밝히고 국민을 설득해 보기를 바란다. 탄핵이란 입법·사법·행정부의 견제를 통해 헌법 질서를 유지하는 제도임을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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