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 검증자문단은 1일 아스트라제네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65세 이상 고령층에게도 접종할 것을 권고했다. 유럽에서 촉발된 이른바 ‘물백신’ 논란에 선을 그은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다 해결된 건 아니다. 다른 백신보다 예방 효과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접종을 꺼릴 경우 뾰족한 대책이 없다. 그렇다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대상에서 고령층을 제외하는 것도 어렵다. 그럴 경우 접종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해서다. 식약처가 결국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전 연령대에 허가할 것이라는 전망은 그래서 나온다.
물백신 논란은 임상시험에 참여한 고령자의 인원수 때문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임상시험 참가자 중 만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은 7.4%다. 이에 대해 검증자문단 다수 전문가들은 “고령자 수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투여를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지만, 소수는 “자료가 부족해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접종 후 면역력이 얼마나 생기는지를 뜻하는 '항체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일부 전문가들은 “고령자의 항체가가 65세 미만 성인보다 낮다”고 지적했으나, 대다수는 “투여 후 면역반응이 성인과 유사하다”고 판단했다. 같은 임상 자료를 놓고 전문가들도 판단을 달리 한 것이다. 남은 두 차례의 전문가 심사 과정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식약처로선 고령자 접종 제한 결정을 내리는 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 방역당국이 이미 발표한 코로나19 예방접종 계획이 예정대로 시행되려면 이달 중 들어오는 화이자(6만명분)와 아스트라제네카(75만명분) 백신의 접종이 시작돼야 한다. 현재 화이자 백신은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요양병원 생활자와 종사자에게 우선 접종하는 것으로 계획이 잡혀 있다.
이 상황에서 고령자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할 수 없다면, 결국 의료진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히고 요양병원에는 화이자 백신이 가야 한다. 요양병원에는 거동이 어려운 고령자들이 많은데, 초저온을 유지해야 하는 화이자 백신을 일일이 방문해 접종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이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 범위가 결정돼야 1분기 접종 대상자를 배분할 수 있다”며 “요양병원의 경우 (고령 생활자들이 아닌) 종사자들 먼저 접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고령자에게 맞힐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미다.
집단면역 형성의 관건은 백신 접종 속도인데, 접종 계획이 틀어지면 시행도 늦어질 우려가 있다. 화이자 백신 도입 직후인 이달 셋째 주부터 접종을 시작하려면 지금도 준비 시간이 빠듯한데 접종 계획을 수정할 만한 여유가 있을 리 없다. 아무리 전문가 자문을 여러 단계 거친다 해도 식약처가 ‘사회적 요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거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과학적 데이터만 보면 고령층에는 화이자 백신을, 젊은층에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혀야 하는데, 계획이 반대로 돼 있다”며 “계획대로라면 식약처가 고령층 접종을 제한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전 연령대 접종으로 허가 받더라도 접종을 꺼리거나 거부하는 고령자들이 생기면 접종 ‘속도전’엔 비상이 걸리게 된다. 코로나19 예방접종은 국가가 무료로 시행하긴 하지만, 개인 동의를 기반으로 한다는 게 방역당국의 방침이다. 정 청장은 “(식약처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집단면역을 형성할 수 있을 정도의 효과와 안전성이 있다고 하면, 접종의 접근성과 이상반응 발생 빈도 등을 고려해 충분히 접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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